어렸을 때부터 독서 편식이 심했던 나는 문학전집이나 소설류에 빠져 보통 인문, 과학서적은 저 멀리 내팽기치고, 기승전결 스토리가 확실한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 감정 이입하여 좋아하던 문구나 내용을 머릿속에 드로잉 하듯 상상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러다 다양한 영상매체에 너무나 빠르게 익숙해져 짬이 나는 '잠깐' 동안에 '지금'을 잊게 만드는 환각적인 유튜브 영상에 어느덧 발을 빼지 못하고, 수시로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며 실실거리는 동안...
그마저도 독서를 취미라 자신 있게 쓰곤 했던 내가 300쪽이 넘는 문학책은 더 이상 집중이 안된 지 오래고, 기껏해야 여행작가들의 감성 에세이(+포토에세이)나 들춰보며 말라버린 문학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10분 내외의 재미있고 자극적인 영상들에 길들여져 눈앞에 놓인 수 백 글자와 문장들의 해석이 난해해졌으며 베스트셀러라고 소문난 인기 작가의 책이 아니면 아예 펼쳐보지 않는 나의 독서 편식은 이제 함부로 입 밖으로 '독서를 좋아하는 문학 독자'라는 자부심을 양심상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부끄러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다이어리 한 구석에 적어놓은 글귀 하나가 때로는 나를 위로해주었고, 용기 내게 해 주었던 시절이 있었고, 하루키나 정여울, 코엘료 등 좋아하던 작가의 머리말에서 많은 생각을 곱씹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더 성숙하고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어쩌면 그때의 그 문장들 덕분이 아녔을까?
머리가 나빠 좋아하는 글귀를 줄줄 암기하듯 남들 앞에 내뱉으며 마음껏 잘난 척을 할 순 없지만,
언제든 필요하면 내 방 책꽂이에 소중히 꽂혀있는 책들의 접힌 한 귀퉁이에서 좋아하던 그 문구를 찾아내
조용히 소리 내어 읽어본다면 그 당시 나의 위로이자 간절한 기도였던 그 감정을 다시 상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감퇴한 나의 문해력을 반성하며, 그 어떤 핑계로도 스스로를 동정하고 싶은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