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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Oct 22. 2022

직장에서 나의 자존을 지키는 법

 INFJ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드러나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 벽을 쌓는 편이다. 내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벽을 쌓는다는 것은  대놓고 낯가림을 한다는 뜻이다. '나는 너랑 절대 친해지기 싫으니까, 관심 두지 마.' 이렇게 내 얼굴에 쓰여있는 것처럼. 개인적인 감정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그 사람들과 어떤 정서적 교류도 안 하려는 의사표현을 나름대로 명확히 하는 편이다.


내 편에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

- 매사에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일머리가 좋고 나와의 합이 잘 맞는 사람.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협조적이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태도로 나타내지 않는 상냥한 사람.

어찌 보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부류들이겠지만 나는 이런 사람과 일하면 일의 능률이 제곱으로 상승하고, 개인적으로 그들에게서 좋은 시너지를 많이 받는 편이다. 내가 배울 수 있게 많은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벽을 쌓고 개무시하는 사람

-자기 역할에 책임감 없는 사람, 일머리 더럽게 없는 사람, 융통적이지 못하고 고지식한 사람, 남들보다 자신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잘난 척하는 사람.  

이 사람들도 누구나가 한 편으로 묶이는 순간 똥 밟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류들이다.

그들의 있어 보이는 "척"이 가소롭게 느껴지면 어느 순간 그  사람과 나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인거다.


 근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는 정말 더럽게 재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내가 덕이 많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 한해에 꼭 한 두 명씩은 눈에 참~ 거슬리는 인간들을 직장 동료로 가까이 지내야 한다. 잘남을 지나쳐 시건방지다고 느껴지는 후배님을 상전으로 모시고 눈치를 봐야 한다. 대놓고 뭐라 싫은 소리라도 하면 각자 서로 1년이 피곤할게 눈에 뻔한지라 '오냐오냐..니 말도 일리가 있다. 니가 원하는 대로 해라...'라는 대인배처럼 보이지만 소심한 일개 부장으로서 입을 꾹 다무는게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손자병법이다. 1부터 10까지 단계별로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마다 잘 따라오고 있는지 아랫사람들에게 여러 번 브리핑도 해야 하고, 은근슬쩍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계속 얹으며 모르는 척하는 얌전한 고양이를 속으로 얄미워하면서도 차라리 내가 부처가 되보자 생각하며 한밤중 이불속에서 고해성사를 하기도 한다. 성질 같아서는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서

 "넌 왜 그러냐? 이게 도대체 뭐냐?"

라고 핀잔을 주고 싶을 때도,

 "내가 다 해놓은 거 그렇게 편하게 가져다가 쓰면, give and take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직설적으로 내지르고 싶을 때도 있다. 머릿속에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다가도

'에이.. 됐다. 괜히 꼰대가 되지 말자' 

이렇게 마무리한다.


 나 혼자 개고생하고 편하게 놀고 있는 것들이 괘씸해서, 왠지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아서, 남의 것을 날름 쉽게 받아먹는 것들이 나보다 더 잘되는 걸 보면 배가 아파서 한 소리 할까 하다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직장에서의 8시간, 앞으로도 내 앞에는 쌍*,썅*들이 널려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데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 오히려 내 자존이 무너지진 않을까? 직장에서 행복함까진 바라진 않지만, 그리고 만족감이 100% 충전되는 걸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나의 자존은 지키며 버티고 견뎌서 내가 계획한 내 정년의 시간을 채우려면 내 월급의 일부는, 내 부장 수당의 일부는, 내 성과급의 일부는 나와 맞지 않는 부류와도 잘 어울리며 지내라는 일종의 특수업무 추진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그러니까 나는 그 돈을 받은 만큼 최소한의 포커페이스는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고.

내 입에서 나오는 쓰디쓴 말들이 그들에겐 과연 약이 될까 생각해보면 막상 그것도 아닐 텐데.. 내 감정의 쓰레기를 그들 면상에 던져버리는 꼴이라면, 그 불친절함은 누굴 위한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관계의 환상적인 팀플레이원들을 적어도 직장 내에서 그리 자주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평판이 좋은 그 누군가도 막상 나와 일을 하다 보면 부딪치는 게 많아 실망할 때가 적잖이 많다. 그들에게 나 역시 부족한 인간일 텐데 너무 업무적인 것으로 그들을 평가절하하지 말고, 인간적으로 나름 괜찮은 면이 보이는 사람들이라면 업무적으로 조금 맞지 않더라도 인간적 관계에 상처를 만들진 말자고 스스로에게 넌지시 말해본다. 내가 한 번 더 일하고, 다섯 번의 신임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나름의 생존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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