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요즘 나의 생각과 기분은 '화남', '짜증', '불안'이 뒤섞여 있고, 이 감정이 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본인이 맡아야 할 일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임하는 무능력하고 부실한 사람이 부여한 잡무는 온전히 나와 내 동료들에게 1/N로 균등하지 못하게 나눠지며 이를 처리하는데서 오는 '짜증'이요, 나이불문 묻어가려는 자들이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심보로 끝까지 버티고 있는걸 차마 뭐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의 성격에서 오는 '화병'이요, 내 일상의 일부분을 이젠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며 눈치 아닌 눈치를 봐가며 내 행동과 선택의 제약에서 오는 '불안'이 내 안의 여러 감정들을 활활 불 지르고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까칠이와 버럭이만이 내 안에서 잘 살고 있는 듯.
'내가 그렇게 사람을 미워했던가? 그렇게 평소에 불만이 많은 종자였던가?' 나 스스로 가끔씩은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내가 왜 이렇게 피곤해야 할까 억울하기도 하고, 그들에게 한마디라도 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평을 던져야 속이 후련한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자꾸 불편해지기도 한다. 왜 쿨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내가 더 일하는 게 그렇게 불만스러운지, 쿨하게 넘기지 못하는지 자문해본다. 추석 이후 더욱 그런 감정들이 지속되는 것 같아 내 스스로 필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기도'가 필요한 시점이구나.
때로는 내 감정을 컨트롤해줘야 하는 나의 자아를 내가 놓치고 있었구나. 퇴근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집 앞 공원에 나가 조용히 걸으며 하루를 반추하던 내 습관이 이런 불만과 스트레스를 잠재우고, 주말에 성당에 나가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누군가를 미워하던 마음을 가라앉히던 그 시간이 한동안 내게 없었던 거다. 하루에 짧게라도 내 생활을 되돌아보고 미움과 부정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에겐 늘상 비슷한 삶의 무게였을텐데 요즘 들어 더욱 그 무게에 짓눌려 내 주변을 회색 빛깔로만 보는 건 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보다 더한 구정물 같은 환경 속에서도 내 멘탈을 지키고 keep going 할 수 있는 건 남들과의 비교, 상대적 우위가 아닌 나름 나만의 소신과 긍정의 생각들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언어가 나로 인해 누군가의 귀에 흘러들어 가고 수백 개의 사이클을 돌고 돌아 어느 순간 내가 내뱉은 단어의 가시 하나하나는 결국 나의 감정과 생활과 내 인성을 찌르고 상처 입힐 것이다. 그만큼 말이 주는 무게는 특히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나와 적당히 친한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