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30대 중반에 나는 황량하고 낯선 곳으로... 그렇게 또 새로운 시작을 했다.
2년이라는 한정된 시간이긴 했지만, 익숙함과 단절되어 또 다른 세계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새로운 그곳에 무지했고, 쉽게 친숙해지지 않았고, 어찌 보면 갑갑했던 그곳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이 지나서도 한때 조금은 고됐던 한 시절이였다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났다는 거다.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감정들도 공유하고, 동갑내기였던 직장동료로비슷한 처지와 동료애로 마음속 이야기도 터놓고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며 "실장님"에서 "00아"로 자연스레 호칭이 바뀌며 '친구'라는 이름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여러 번 학교를 옮기고, 승진 아닌 승진도 하고, 연애상담도 하고 한 명은 결혼도 하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부터 부부간의 갈등 문제까지..
나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그 친구에겐 '무조건 네 편'이 되었다. 우리의 대화는 늘 누군가를 흉보며 서로의 신세를 한탄하는 그야말로 시덥지 않은 뒷담화가 대부분이었지만, 기록할거리 없는 우리 일상의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로 서로를 위로하고 챙겼던 것 같다. 오랫동안 평탄하지 못한 결혼생활이 늘 힘들었던 그 친구의 마음 한편과 딱히 결혼에 대해 긍정하지 않았던 내 처지가 남들기 보기에 궁색해보이기도 했는지, 아니면 서로를 불쌍히 여겼던 그 '공감'이였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 시간 그 친구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 생각한다.
우연찮게 소개팅으로 늦은 나이에 연애를 하게 되었고,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며 결혼날짜를 잡게 된 지금, 유독 자신의 결혼생활과 비교되는 동료나 친구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그 친구가 갑자기 내 연락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업무 중이라며 내 전화에 간단하게 응답하고 전화를 끊더니 카톡 대화는 아예 읽지를 않는다. 깨가 쏟아지는 거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하면서 쿨한 모습을 보이던 터라 아무렇지 않게 결혼 준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본인의 결혼생활에 대한 푸념을 한 시간 넘게 듣고 맞장구쳐 주던 내가 순간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동안 나를 자신의 고충 처리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건가...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결혼하지 말라며 나중에 자신과 함께 실버타운에 들어가자며 나를 독려(?)하던 그 계획이 틀어져서 그런가?
남이 조금이라도 잘되는 게 배 아픈 놀부의 심산인가 싶다가도... 혹시 진짜로 그 친구의 결혼생활에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친구의 속내가 궁금하긴 하지만 더는 내가 먼저 연락해서 그 이유를 묻고 싶진 않다. 단순히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의 불행을 감싸 안아주는 필요의 존재로서 더 이상 존재가치를 상실한 거라면 안타깝게도 여기서 이별인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시간이 지나고 그 이유에 대해 그 친구가 설명해줄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와의 만남도, 그 인연의 지속도 결국 서로의 진심과 필요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붙자고 미련을 갖는 건 의미 없는 게 아닐까?
인생의 긴 항해에 목적지와 방향에 따라 때로는 잠깐, 어쩌면 더 오랜 시간 나에게 머무는 인연,,
이 친구도 그 시절인연이였던걸까? 모호한 이별이 가끔은 씁쓸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내 존재의 가벼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