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나름의 낭만이 몇 개 있다.
남들이 잘하지 못하는 그러나 좀 있어 보이는 그런 레어의 취미들을 나도 좀 한 번 그럴듯하게 해 보는 거. 남들 눈에는 뭐 저런 걸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중에 하나가 사물놀이 연주였다. 고등학교 때 흔히 학교에서 좀 잘 나가는 애들끼리 똘똘 뭉쳐 사물놀이반을 만들어 공연도 하고 어울려 다니던 모습이 제 눈엔 좀 부러워 보였는지 모른다. 너무 옛적 얘기라 그걸 건너뛰고서라도 한 번쯤은 자유롭게 신명 나게 연주하는 그들의 멋진 예술을 따라 해보고 싶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이 직업을 갖게 되고 기회가 되어 국립국악원에서 교사 연수를 신청하게 되어 소소하게나마 공연도 경험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예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고 앞으로 꾸준히 취미활동으로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말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연주하면서 서로의 눈을 보고 합을 맞추며 설레며 공연하는 그 경험이 나름 꽤 괜찮았다. 실수하면 어떤가.. 내가 그 무대 속에서 재밌게 즐기고 행복하면 되는 것을... 나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으려고,,,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적극적으로 솔직하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점심시간 홀로 나가 여유 있게 다른 미술작품들도 감상하고.... 내가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리나 행복해하면서 말이다. 남들이 보는, 다른 이들에 맞춰진 행복이 아닌 내 기준은 확실히 다르구나 깨달았다. 굳이 맞출 필요 없다. 그 기준선에 말이다.
은근슬쩍 나의 마음을 담아 보낸 메일에 뚜렷한 "긍정"의 대답이 돌아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2주간 함께하며 감사한 마음이라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래도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느끼는 무언가가 있다는 뿌듯함만으로 만족한다.
방학이라고 늘 집에서 게으르게 보내는 일상이 아닌 평소에는 해보지 못하는 일들을 용기 있게 먼저 실천해보는 것, 생각보다 바쁘게 자기 발전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 없을 것 같고 나 혼자일 것 같지만 막상 두드리고 들어가 보면 그곳엔 나와 같은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새로운 문을 열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잊지 말자고.
매년, 방학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것들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남들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한 사람으로서 나를 늘 고민한다. 조금은 더 윤리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더 나이가 먹어서 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기를, 외적으로도 '이 사람은 정말 자기 관리 열심히 하고 사는 사람이구나'라고 부러워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게을러지지 말자고, 그리고 그런 부지런함이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자기 과시가 아니라 나를 내적으로 성숙하게 하고 행복할 수 있게 하는 길이기를 바란다.
내게 주어진 여러 조건에 불평하고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내 옆사람들을 미워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관심사를 돌려 내 안의 어둠을 밝은 것들로 채워가는 노력도 해야 하는 것.
연약한 어른, 나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움보다 '동정과 연민'으로 마음 넓게 받아들이고 그 미움과 원망의 열정을 다른 곳에 쏟아붓기를.... 이번 연수기간 동안 심적으로도 나 스스로에게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시간이었다.
세상엔 내가 도전해볼 만한 것들도 많고, 생각보다 가슴 뛰게 하는 일들도 많다는 것.
내가 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세계들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 할 수 있는 사물놀이 공연에서 또 한 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