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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May 07. 2024

인색함, 마음의 옹졸한 크기.

 누군가에 대한 미움이 결국은 돌고 돌아 나 스스로에 대한 불만인 것을 잘 안다.

말로는 '내 인생에 이 정도면 만족한다. 하느님께 감사한다.'라고 하지만

늦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하며 밤새도록 머릿속을 맴도는 여러 가지 불평과 불만 섞인 짜증은 고스란히 ㄴㅐ 마음속에서 '이성'과 '이기심', '질투'라는 전사들 중 누가 이길지 모를 끝도 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문을 단단히 단속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내 속에 옳아지는 열등감과 자괴감은 기껏 열심히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내 일상을 수 차례 몰아치는 파도의 입김에 모래성 무너뜨리듯 한심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혼자일 땐 어떻게든 가라앉히고, 보지 않고 무시하려 했던 것들이 인생의 또 다른 짝꿍을 만나니 돋보기안경을 쓴 듯 더 크게 보일 때가 있고, 내 허물과 단점을 애써 가려놓고 나와 똑같은 상처를 가진 그 ㅅㅏ람의 아픔이 왜 나는 짜증으로 느껴지는 걸까? 나와 너무도 똑같은 무게의 짐을 얹고 사는 사람을 보니 내 짐의 무게가 두 배 이상으로 무거워진 느낌이다. 나에게 그 ㅇㅓ떤 강요도 부탁도 없음에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나오는 걸.. 역시도 내가 짊어진 무거운 솜뭉치를 내 옆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나눠갖고 싶었던 얄팍한 이기심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남들보다 많은 걸 요구한 건 아닌데 수를 쓰려다 괘씸죄에 걸린 기분. 따끔하게 뒤통수 한 대를 맞은 기분. 조금은 너무하다 싶은 억울한 마음에 누군가에게 한바탕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 신세를 한탄한다는 게 그 솜뭉치들에 대한 '미움'으로 전이된 것일지도 모른다.


        '니가 뭔데 내 인생에 태클을 ㄱㅓ니?'

         '고작 너 때문에 내가 열심히 벌어모은 돈을 쏟아붓는 게 왜 난 이렇게 아깝고 싫지?'

         '왜 맨날 남들이 파놓은 재수 없는 구덩이는 내가 메꿔야 하는 거지?'


난 언제까지 주변사람들이 벌여놓은 일들에 얽혀서 내 인생의 속도를 늦춰가며 노후의 살림살이로 모아놓은 양식을 야금야금 상납하며 살아야 하는 거지? 제발 지들 인생의 몫은 본인들이 좀 해결했으면...


모른 척 무시하고 살고 싶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인연'으로 엮인 서로에겐 좀처럼 쉽지 않은 일들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독립적으로 내 선택과 결정으로 내 밥그릇을 챙기고 살았던 나에게 왜 자꾸 한 사람, 한 사람 늘려가며 남의 밥그릇까지 챙겨주라고 하는지.

인생이란 게 원래 혼자 살 수 없는 거라고 베풀면서 살라 가르침을 주시는 건지.

생일 케이크 위에 꽂힌 촛불의 개수보다 늘어난 책임과 도리들이 누군가의 평온함과 일상적인 행복을 기분 좋게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나의 속 좁은 인색함을 덮어주진 못한다.


그러나 옹졸한 이런 마음의 찌끄러기를 남들에게 들키고 싶진 않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 거실 밖 해질녘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득히 반짝이는 서해대교의 불빛에 마음의 부스러기를 하나씩 녹여버린다. 붉은 빛 황혼의 빛깔이 주는 마술이 내 마음에 위로를 주는 시간.

한없이 밉고 정 떨어지게 만드는 힘든 사람들도 막상 다시 마주하면 그 미움은 그 사람의 존재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의 그릇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간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행복한 인생을 결정짓는 진정한 가치는 고통을 잘 견뎌 내는 인내력에 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조금은 세상에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좋은 문장을 많이 읽으며.

ㄷㅓ 어른이 되어야 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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