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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경가 준서 Nov 03. 2022

글쓰기를 고민하며

정원을 짓는 이의 글쓰기

머뭇머뭇


뭔가를 근사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은 늘 나를 머뭇머뭇거리게 한다.

설계를 해 오면서 든 습관이기는 하지만 항상 마음속에서 '이 정도면 됐어'라는 자기 확신이 들지 않으면 내어 놓지 못하던 버릇이다.


나는 조경가이다. 정원, 공원, 학교 캠퍼스, 도심 내 자투리 녹지 등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곳을 꽃과 나무로 채워 넣으려 애쓰는 자이다. 그러다 보니 늘 이곳저곳을 다니며 뭐 잘 못된 건 없나 하는 것만 눈에 들어온다. 어느 누구도 의도를 가지고 그런 공간을 만들어 놓지 않지만 그래서 어느 누구라고도 할 수 없는 그 누군가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 공간과 그런 삿대질 끝에는 항상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은 공간이 될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난 그렇게 풍경을 만들어 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버려진 공간을 걱정하며 지내온 사람이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공간을 좀 더 나은 어떤 것으로 변모시키는 일을 쉼 없이 해온 나에게는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것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정원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는 방법이고, 글이라는 매체만으로 전달될 수 있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시도해보고자 한다.


그 이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공간과 관련한, 혹은 여행과 관련한 여러 글들이 대부분 자신이 체험한 그 공간을 설명하거나, 내력이나 뒷얘기들을 드러내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음을 본다. 하지만 그런 공간들의 진정한 가치(혹은 아름다움)를 느끼려면 그 공간을 만든 이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예술품을 창조해낸 이의 생각을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나 같은 이조차도 스스로 만든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게을리하니 어떻게 그 공간을 대하는 사람들이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을 알 수 있을까. 물론 공간은 예술품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 욕망이 뒤엉켜 만들어지는 공간이어서 그 안에 담긴 얘기가 아주 매끈하지도 일관성 있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얘기는 들어볼 필요도, 소리 내어 얘기해 볼 필요도 있다. 자꾸 얘기하고 들어 봐야 그 이야기가 정리되고, 깔끔해지질 뿐 아니라 결국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는 밑거름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만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도시의 여러 공간에 대한 이야기 등등을 해보려고 한다. 

어떤 얘기가 튀어나올지는 나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가 흥미롭게 들렸으면 하는 바람만 갖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이야기기 되도록 애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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