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건 나였는데

화장실 마지막 칸, 제2의 방

by 이서


나는 왕따였다.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외면당했지만, 다행히 좋은 친구들이 곁에 남아주었다. 그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내 삶에서 중요한 존재로 남아 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는 달랐다.


원하던 학교에 떨어지고, 생각지도 않던 학교에 배정받았다. 처음에는 ‘운이 좋았다’고 여겼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학창 시절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시작이었다.


그곳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같은 반 친구였는데, 나와는 달리 이미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배정받은 듯했다. 처음에는 혼자 있던 내게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왔고, 낯을 가리고 소심한 나와 달리 화려한 모습으로 호탕하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그렇게 같은 반 친구가 되었다. 덕분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던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 주변에 다른 친구들이 생기자, 그 친구는 내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나 역시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더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는 거리가 생겼다. 그때는 나도 상대의 서운함을 충분히 받아줄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단편적인 추측이다. 중학교 시절, 나도 그 친구도 모두 미성숙했기 때문에 우리가 왜 멀어졌는지 정확한 이유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가장 먼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나를 떠나자, 그와 함께했던 다른 친구들도 내 곁을 떠났다. 나는 혼자가 되었다.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싸이월드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었지만, 내게는 정반대였다. 친구 목록에서 이름이 하나둘 사라졌고, 나를 겨냥한 저격 글이 올라왔다. 내 마음은 매일 곪아갔다.


학교에서도 나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 내가 주목을 받으면 누군가 알 수 없는 동물 소리를 냈고, 내 목소리를 흉내 내며 놀렸다. 눈을 뜨는 모습조차 웃음거리가 되었다. 반 아이들은 나를 괴롭히면서 그 친구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주목받는 것이 두려웠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기만을 바랐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길조차 쉽지 않았다. 내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나를 보며 웃었고,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왜 용기를 내어 ‘왜 그러느냐’고 묻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애초에 나를 홀로 먼 학교로 보낸 초등학교가 원망스러웠다. 조금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서 선택한 학교였지만, 내게는 너무 무섭고 차갑고 두려운 공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예전처럼 신나게 밥을 먹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혼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밥을 굶었다. 그리고 숨을 곳을 찾았다.


화장실 마지막 칸.


그곳이 내 제2의 방이 되었다.


화장실 안에 숨어 있으면, 밖에서 “저 칸은 고장 난 거 아니야?” 하는 말이 들려왔다. 그럴 때마다 숨을 죽였다.


고장 난 것은 화장실이 아니라 나였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아니라 화장실이 고장 난 것처럼 위장하며 조용히 존재를 감췄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