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데리러 간 밤
오랜만에 약속 없는 금요일이었다. 괜히 허전해서 집에 바로 가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초등학교 앞, 그 상가에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연어에 맥스 한 병을 시켜 혼자 조용히 앉았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바로 코앞이었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한 곳에서 쭉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지금 다니는 식당, 걷는 골목,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가는 장소들이 누군가에겐 그냥 동네일지 몰라도, 나에겐 유년 시절의 조각들로 가득한 곳들이다.
그 술집이 있는 자리에는 예전에 친구들이 생일파티를 하던 카페가 있었다. 나도 몇 번 초대받아 풍선 가득한 그 안에서 케이크를 먹고 사진을 찍곤 했다. 그런 곳이 이제는 퇴근 후 잠시 들러 맥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어른의 공간이 되었다.
괜히 그날은 집에 가기 싫었고, 뭔가 마음이 자꾸 그곳으로 향했다. 그래서 그냥 들어가 연어와 맥주를 시켰다. 별것 아닌데, 눈물 나게 행복했다. 이 감정이 뭘까. 예전에 내가 아장아장 걷던 그 길 위에서, 이제는 성인이 되어 지친 하루 끝에 앉아 있는 나. 장소는 그대로인데, 변한 건 나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사람은 나이에 맞게 어른스러워지는 게 맞다고들 하지만, 문득 그게 조금은 서글펐다. 나, 너무 빨리 자라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또 하나 확실한 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덧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내가 자란 동네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피곤함을 내려놓고, 내 유년의 추억들로 위로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때는 나이 드는 게 마냥 싫었다. 그런데 그 시절을 돌아보며 그리워할 수 있는 내가 있다는 것도, 그만큼 잘 살아왔다는 뜻 아닐까. 만약 내가 아팠거나 무너져 있었다면, 이렇게 추억을 그리워할 힘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오늘도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래서 더 고맙고,
그래서 더 따뜻했던 금요일 밤이었다.
내게 익숙한 골목, 익숙한 장소,
그리고 익숙한 기억이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