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나는 왜 이렇게 조급해질까

유한한 시간 앞에서, 나만의 인생 영화를 찍는다는 것

by 이서


연말이 된다는 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날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는 일이다.


올해는 뭔가 해냈어야 할 것 같고,

이 정도 나이면 적어도 이것쯤은 이뤘어야 했을 것 같고.

사실은 그냥 달력이 한 장 넘어갈 뿐인데

연말이 되면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1월 1일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12월의 마지막 며칠이

유난히 아쉬워서 그런 것 같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일주일만 더 주어졌으면

뭔가 조금 더 잘 살아볼 수 있었을 것 같은 마음.


그렇게 또 새해가 오면

이번엔 시간이 너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힘든 날들이 지나가길 바라며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재촉한다.


우리는 늘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가

빨리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번갈아 하며 산다.


짧게는 몇십 년,

아주 길어야 백 년 남짓.

365일이 모여 1년이 되고

그 1년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된다.


우리 삶은 아주 공평하게도

유한하다.


매년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지만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내 인생을 드라마처럼, 영화처럼 살아보려 한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서사로.


완벽하지 않아도,

대단한 장면이 없어도

한 컷 한 컷 필름을 채워가듯

오늘을 살아가는 중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인생에 가장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시간이 있기에

올해가 아쉽고,

그래서 내일을 더 잘 살아보고 싶어진다.


나이가 든다는 건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의 필름이

차곡차곡 쌓여간다는 일이라고

나는 믿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도 기록한다.

나의 영화 같은 인생,

그중 한 편을.


올해도 나는

충분히 찬란한 청춘의 한 장면을 찍었다.

이제 남은 건

다음 장면을 살아내는 일이다.


내년엔

어떤 빛이 나를 비춰줄까.


그래서 이 연말이,

조금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