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으로도 끝까지 살아온 한 커리어우먼의 작가 선언문
최근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몇십 개쯤 되는 글들이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보다 꽤 어둡고, 불안이 많은 사람이구나.
겉으로 보이는 나는
금융 대기업에 다니는,
어디서든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다.
일도 잘하고, 커리어도 안정적이고,
크게 흔들릴 이유 없어 보이는 사람.
하지만 내가 쓰는 글들은
늘 그 반대편에 서 있었다.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마음,
괜찮은 척 숨겨왔던 불안,
이유 없이 가라앉는 감정들.
어쩌면 나는
글을 쓰면서 비로소
‘이게 나구나’ 하고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작가명은 이서다.
기쁠 이, 새벽 서.
새벽을 좋아한다.
새벽은 늘 어둠에서 시작한다.
아직 완전히 밝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어둡지도 않은 시간.
새벽에 빛이 퍼지기 시작하고
그 빛이 물에 닿으면
조용한 반짝임이 생긴다.
그것을 윤슬이라고 부른다.
윤슬은 시끄럽지 않다.
눈에 띄게 요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분명하게,
그리고 서서히
어둠을 걷어낸다.
나는 내 글이
그런 윤슬 같았으면 좋겠다.
내 글은 자주 어둡다.
불안하고, 흔들리고, 고민이 많다.
어쩌면 읽는 사람에겐
“왜 이렇게 우울해?”라고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어둠을 덮어두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어린 가지가 나무가 되기 위해
비바람을 맞듯,
나는 내 감정을 인정하고
그 어둠을 통과하는 과정을 쓰고 싶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듯,
나는 그 어둠 속에서
차분함의 의미를 찾고 있다.
그리고 결국
새벽빛을 머금은 윤슬처럼
조용히 반짝이고 싶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대입을 준비했고,
왕따였던 유년 시절도 견뎠으며,
숨 막히던 취업 시장을 통과해
지금의 자리에 왔다.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 커리어우먼의 마음속에
이렇게 어둡고,
솔직하고,
아주 날것 같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여기서 쓴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내 감정을 숨기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겉으로는 잘 살아가고 있지만
속에서는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
나는 그 마음과
내 마음이
글을 통해 만났으면 좋겠다.
어둠을 부정하지 않고,
조용히 인정하며,
결국은 빛을 향해 가는 글.
나는 오늘도
윤슬이 되기 위해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