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몰랐고, 나는 말하지 않았다
엄마는 어느 날 말했다.
“너희는 너무 곱게만 자라서 힘든 걸 몰라.
그래서 아직도 부모 품에서 못 벗어나는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울컥했다.
억울해서라기보다
내가 지나온 시간이
한 문장으로 지워진 기분이어서였다.
나는 충분히 버텼다고 생각해왔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그래서 말했다.
“엄마, 나 학생 때 화장실에 숨어 있었던 적 있어.
친구가 문을 발로 차서 열린 적도 있고,
지나가면서 내 욕을 하는 걸 들은 적도 있어.”
엄마는 “어머…” 하고 숨을 삼키더니
곧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얼굴을 오래 볼 수 없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아빠가 말했다.
“왜 울어. 그 나쁜 애들이 우리 OO를 괴롭혔다고?
나는 그런 줄도 몰랐네.”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부모님이 몰랐던 걸까.
아니면 내가 끝까지 말하지 않았던 걸까.
그 시절의 나는 부끄러웠다.
다들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학교에서
나만 어긋난 아이 같았다.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는 딸이어야 했는데
나는 그 ‘기본’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힘들다고 말하면
전학을 권유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부모님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참았다.
꾹꾹 눌러 담았다.
학교는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지만
그곳에서의 나는 점점 작아졌다.
수업 시간의 웃음도
복도에서 스치는 말도
모두 나를 향한 것처럼 들리던 시절.
그때의 나는
분명히 아팠다.
나는 오랫동안
‘티 내지 않는 아이’로 자랐다.
괜찮은 척,
아무 일 없는 척,
스스로 해결하는 척.
어른이 된 지금도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마 거기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충분했지만
아이의 침묵은 그 사랑을 통과하지 못한다.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엄마가 몰랐던 게 아니라
내가 보여주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견딘다.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 침묵을
약함이라고 부르기 전에
우리는 한 번쯤 물어야 하지 않을까.
“너, 괜찮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