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 <아니, 그래가지구> 얘기가 나와서 좀 더 말을 꺼내보자면, 주기적으로 지역의 여성들과 만나서 활동 하시기도 하는데, <아니, 그래가지구> 진행도 하셨잖아요. 어떠셨나요?
유진: 저는 <아니, 그래가지구> 테이블 대화에서는 동물해방을 주제로 참여하고, 여담의 혜용님과 대담에 참여했는데요. 동물해방 얘기를 먼저 해보자면, 존재론적인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어떤 이야기를 풀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동물해방을 주제로 예술을 펼치는 예술 활동가 그룹의 콘텐츠를 가져와서 얘기를 나눴어요. 또 ‘초식 마녀’라는 유튜버의 “동물은 물건이 아닙니다” 라는 피켓을 든 그림 스티커, 동물과 인간이 함께 껴안고 있는 그림 등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고요, 대담은… 그냥 마냥 재밌게 하지 않았나요? 재밌었어요!
여담: 이렇게 모임을 저희와 같이 다른 단체와, 또 자체적으로도 생태와 관련 된 모임을 기획하시는데, 모임 기획 등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유진: 첫번쨰로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영향이 가장 커요. 생태 공동체 경험을 해오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인스타그램으로 맺는 인연들이 큰 영감을 줍니다. 둘째로는 책인데요, 앞서 말한 이유와 비슷한 맥락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의 경험이 담겨 있는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는 듯 합니다.
여담: 가장 최근에 영감을 받았던 책을 소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진: 제가 책을 사는 건 좋아하는데, 완독을 많이 하진 않지만…그럼에도 이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 이 여성 시인은 숲에서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많이 담으셨어요. 이 분의 책은 웬만하면 계속 사서 읽는 편입니다. 메리 올리버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과 영감을 받아요. 더불어 사회적인 이슈들을 놓치지 않고자 할 때는 여성 환경 연대의 책을 봅니다.
여담: 이렇게 영감을 받아서 진행하신 활동 중 저희가 주목했던 활동은 <도시의 섬, 줍깅>이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성매매 집결지와 환경을 엮어서 진행한 프로그램이잖아요.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가지 키워드를 연결한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기획 계기나 진행 과정이 궁금해요.
유진: 속사정이 많기는 한데요, 일단 줍깅을 하자고 피스어스 활동가인 산호라는 친구가 얘기를 했어요. 이걸 어떻게 여성주의적으로 풀어낼까 고민하다가 성매매 집결지를 걷자고 산호가 제한을 했어요.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진행을 했고, 원래는 1회차에 함께 성매매를 주제로 한 독서 모임을 열고 2회차로 함께 성매매 집결지 줍깅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 다들 바쁘고 힘드셨는지 1회차에 신청하신 분들이 다 불참을 하시게 된 거예요. 그래서 2개의 회차를 하나로 합쳐서, 성매매 집결지에 위치한 , 아주 시끄러운 빽다방에 모여서 독서 모임을하고 성매매 집결지를 걷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엄청 즐거워했어요. 빽다방에서 독서 모임하고 성매매 집결지 줍깅하고, 비건 식당에서 음식 먹고 돌아갔던, 진짜 재밌는 하루였어요.
여담: 성매매집결지 하니까 생각난 것인데요, 유진님께서 관련 노래를 부르신 것이 있잖아요.
유진: 성매매 집결지를 주제로 한 노래가 유진솔이라는 이름으로 두 곡이 있는데요. 작년에는 ‘얼굴들’ 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성구매자와 성 알선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날카로운 노래를 발매했어요. 그리고 ‘말을 건다’라는, 성매매 집결지 안에 성구매자와 성알선자라는, 여성의 몸을 착취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동시에 성매매 경험 당사자에게 언니라 부르며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활동가들도 있단 말이죠. 이것도 주목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여담: 노래를 더불어 앞서 소개해주셨던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서 지역에서 에코 페미니즘이라는,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가치를 실천하고 공유하시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주로 젊은 여성들이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개념에 대해 생소하게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활동하면서 힘든 점이 또 있으실 것 같아요.
유진: 에코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힘든 점이라 하면, 최근 피스어스의 헤이즐이라는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인데요. 저희가 꾸리는 공동체가 외국인에게도 열려 있어요. 근데 한 외국인이 “에코페미니즘 공동체라고 표방하면 안된다. 그러면 너희는 너무 많은 공격을 받게 된다.” 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 조금 어이가 없었어요. 에코 페미니즘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저런 말을 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가 판치는 사회라서 페미니즘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절레절레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인식을 최근에 했습니다만 신경은 쓰지 않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격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는 동시에 또 비건이나 에코 등의 이야기를 할 때 조롱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오늘 겪은 일인데, 저희가 교류하는 비건 커뮤니티 아삭아삭에 오픈 카톡방이 있어요. 주기적으로 테러하는 사람들이 출몰하거든요. 오늘은 육회 사진을 올리면서 단톡방 운영진 나오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동물 사체(일반적으로 고기라 말하는) 사진을 비건 커뮤니티 카톡방에 올리면서 조롱하는 등의 모습을 늘 목격합니다.
에코페미니즘이 너무도 중요한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답습이 되고 있고, 이런 사회에서는 남성과 인간이 중심이에요. 차별 받고 착취 당하는 이들은 여성이고 비인간인 동물, 식물과 자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사회 안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자 한다면 여성, 동물. 식물의 편에 서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담:이런 이야기를 피스어스에서 함께 나누고 계신거잖아요. 혹시 피스어스 활동을 하기 전, 후로 바뀐 점이 있나요?
유진: 피스어스를 만나고 자신감이 엄청 생겼어요. 이전보다 제 말에 힘이 생긴 느낌입니다. 예전엔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피스어스 안에서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으니 좀 더 힘있게 행동하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담:좋습니다. 이제 분위기를 바꿔서 저희가 준비한 밸런스 게임을 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어떤 농작물이라도 잘 자라게 하는 손 vs 어떤 비건식이라도 맛있게 만드는 손 중 하나를 택하자면 어떤 것을 택하시겠어요?
유진: 비건식을 잘 만드는 손이요. 농사는 사람의 손도 중요하지만 땅, 바람. 물의 힘이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요리에서 사람의 손이 훨씬 더 요긴할 것 같아요. (여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게 한다면요?) 그런 건 없어요. (여담: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라도 없어요. 농사는 정말 사람의 힘보다는 자연의 힘을 많이 빌리고 감사해야 하는 일이라 그래요.
여담: 두번째는 농작물과 대화하는 능력 가지기 vs 땅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 가지기
유진: 둘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농작물과의 대화요. 어쨌든 농작물을 수확해서 먹어야 되니까요. (여담: 미안하다?) 아니요, 어쨌든 농작물과 직접적으로 대화하면서 지금 잘 자라고 있나 교감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서요. 실제로 레이키라는 힐링 요법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모농숲에 있어요. 레이키가 무엇이냐면,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도 교감을 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여담: 이 질문은 조금 어이 없을 수도 있어요. 토마토를 심었는데, 그 토마토가 나중에 케찹 되기 vs 주스 되기 vs 춤추는 토마토 되기.
유진: 저 이 노래 잘 몰라요. (여담: 멋쟁이 토마토 설명 중) 춤추는 토마토는 처음 들어봐서 잘 모르지만. 이제 내년에 토마토를 수확할 즈음에 저 콘텐츠를 활용해야겠습니다. 춤추는 토마토라는 이름을 사용해서.
여담: 그럼 토마토를 수확하면 춤추는 토마토가 되길 원하세요?
유진: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저는 주스.. 케찹..? 주스. 토마토 주스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여담: 마지막으로 대기업이 환경 단체로 각성하기 vs 유진님이 기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유진: 저를 지키고자 한다면 1번을 택할 것이고요.사회적 메시지를 전달 한다면 2번이요. 사실 대기업이 환경단체가 된다는 것에 동의를 하지 않는 사람이고 한국에서는 그린워싱이라는 것이 문제 되고 있기 때문에 1번을 택하고 싶지 않네요. (여담: 그러면 기후 대통령을?) 여러분들이 참모가 되어 주신다면 제가 대통령 얼굴 정도 될 수 있고요.
여담: 마지막으로 유진님이 피스어스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유진: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괜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미래 걱정을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그럼에도 미래를 꿈꾸자면 지금처럼 계속 살고 싶다는 것이 꿈이에요. 같이 농사 짓고, 글 쓰고, 그림도 그리고, 그렇게 그냥 즐겁게 웃으면서, 가끔 힘들면 울면서 살고 싶습니다.
여담: 진짜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유진: 카메라 앞에 혼자 우두커니 있는 것이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에코 페미니즘 이야기를 말로 설명하긴 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에코 페미니즘은 기존의 어떤 언어로 설명되기 보다는 현장에서 실천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해요. 또 여담분들이 모농숲에 오신다고 하니 그 곳에서 에코 페미니즘과 피스어스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더 탐내지 않되 마음껏 사랑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함께 웃고, 울고, 나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그리는 공동체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또 '우리가 꿈꾸는 모습으로 살아갔을 때, 미래를 그릴 수 있는가' 하는, 모두에게 던져볼 질문과 더불어 '어떻게 즐겁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조금은 인생에서 중요치 않게 생각했던 질문도 다시 끌어오게 된다. 우리는 피스어스와의 대화를 통해 수많은 답안지 중 하나를 만났다. 모범답안이란 없는 세상이지만 누군가에겐 모법답안일 터이다. 그런 이에게 이 대화가 닿길 바라며, 또 피스어스가 만드는 가치와 사랑과 즐거움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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