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비상식량

- 볏집사이에서 발견한 새들의 겨울철 비상식량.

by G 바리아

우리집 밭은 그리 넓지 않다. 만평을 기준으로 하는 과수원들에 비하면 참으로 어중간한 크기다.

그래서인지 나오는 농산물의 규모도 참 어중간하다. 그래서.. 우리집은 따로 사람을 사서 쓰는 경우가 없다.

뭐든 부모님의 손을 거친다. 하지만 모든걸 다 부모님이 하실수는 없는 일이다.

농사일은 손이 많이가고 쉴틈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학교에 가지 않거나, 아니면 직장에 가지 않을때.. 종종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신다. 그게 강압적이기도 하지만... 돕지 않을수 없다. 농업을 생업으로 둔 부모를 둔 모든 자식들의 숙명일테다.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거든적은 많다. 이것도 그중에 하나였다.

노년을 준비하기 위해 부모님은 비교적 손이 덜간다는 감나무에 관심을 두셨다. 아! 정확히는 아버지가 감농사에 관심을 두셨고, 결국 씨앗발아부터 접목까지 해 감나무를 손수 키워내기 시작하셨다.


따뜻한 남쪽의 평균기온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은 경기도권에 위치해있었다. 어떤정보도 없이 전국팔도 다 돌아다니며 감교육을 받은끝에 겨우겨우 이루기 시작한 감나무들은 추위에 약했고, 경기북부가 아닌 남부인데도 감나무는 추위에 얼었고, 죽었다. 그래서 어린 감나무들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는 늦가을에 볏집으로 감나무를 감쌌고, 봄이 되면 벗겨내기를 몇년동안 반복하셨는데, 고집에 볏집으로 감싸는건 혼자하셨지만, 생각보다 번거로운 볏집벗기기는 우리가 도왔다.

새들겨울식량 - 복사본.JPG
짚속겨울식량 - 복사본.JPG


그러면 일은 지루하고 번거로웠지만, 일하다보면 종종 귀여운 열매들이 발견되곤 해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보관이 잘되어있는 볏집속 열매들은 보통 앵두열매라던가 땅콩이라던가 자잘한 곡물들이였는데, 이것들은 새들의 작품이였기 때문이였다. 겨울 다 지났으니 이젠 필요없어 거두긴 하지만, 문득 문득


'여기 있는거 잊어버린거 아닌가?? 기억하고 있기는 한가?'


하는 생각이 떠올라 웃겼다. 봄되도록 남은 것들은 필히 새들이 숨겨놓고 못찾아먹은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게 왜 그리 웃긴지.. 많고 많은 나무들에 빽빽히 감싸여진 볏집은 내가 보기에도 구분안될것같은데 새들이라고 이게 구분이 될까 싶었다.


귀여운 새들이 밭에서 발견한 작은 열매들을 옮기며 얼마나 뿌듯했을까? 언젠가 먹을것으로 생각해 볏집속에 저자알때 얼마나 든든했을까?? 굳이 이것을 찾지 않아도 겨울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밭에는 먹을것들이 있겠지만, 저장 잘해놓고 못찾아 먹다니 바보스럽다고 생각했다.


볏집사이에서 발견된 열매중 땅콩은 정말 상태가 좋았다. 일하다 땅콩이 발견되면 그자리에서 까먹고는 했다.


지금은 감나무가 많이 자랐다. 볏집없이도 홀로 겨울을 버틸수 있도록 강한 나무들이 되었다.


덕분에 더이상은 볼수 없게되었지만, 하나 하나 찾을때마다 같이 일하는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나눠먹던 재미가 아직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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