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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May 08. 2017

다시 뭍으로

짧고도 길었던 제주에서의 4주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가 새로 경험할게 적어서 기억나는게 적기 때문이라고 하던가. 느릿느릿 길었던 첫주가 끝나곤 정신차리고보니 어느덧 마지막 주가 되어 있었다.


4주면 충분히 모든 맛집을 다 돌고, 또 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늘.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안가본 음식점이 수두룩 했다. 우도도 다시 가보고 마라도도 가보고 살기 좋기로 유명한 서귀포도 가보고 싶었거만, 제주시 지박령이 되어 제주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뭐 제주도의 반은 제주시, 나머지 반은 서귀포시이니 반이나 보았다고 해야하려나?


그러고보니 배도 한번도 못타보고


완전한 관광지가 아닌 반은 관광, 반은 사는 곳으로 4주간 지냈던 제주. 제주도에 산다고 맨날 바닷가 가서 놀지 않는다는 뜻이 무슨 의미인지, 제주도 사람들이 육지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이 무슨 뜻인지, 여자가 많은 섬으로 유명한 이 섬에 아직도 여자가 많은 것 같다고 느낀 것까지. 어려풋하게 나마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섬 안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것들은 아직도 모른다



앞에 걸어가던 아주머니 두명이서 하는 말이 하나도 안들렸다. 제주도 사투리는 너무 달라서 육지사람이 들으면 외국어처럼 들린다고 하더니. 계속 들어보니 진짜 외국어, 중국어였다.



쩔뚝거리며 달려오던 할머니를 무심하게 버리고 가던 시내버스, 인도 없이 차도만 있던 사고 유발 주거도로, 4월 내내 제주 어느 곳이듯 볼 수 있었던 유채꽃까지. 내가 생각했던 제주보다 더 혼란스럽고 더 아름다웠다.



15년 전에 TV에서 보던 기적의 도서관도 가보고
게스트하우스에 있던 멍멍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도 하고


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던 이유인 디지털유목민(디지털노마드) 생활은 사실상 실패로 끝이 났다. 다른 후기에서 보았던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능률이 오른다는 말도, 일하면서 여행도 같이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에게는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전자는 서울 사무실 환경이 너무 좋아서 애당초 마음의 불편함이 없이기에 더 좋아질 것도 없는 상황이어서 그런 것 같고, 후자는 내려오면서 일을 너무 많이 들고 오는 바람에 여행 할 여유가 없어서 생겼던 문제인것 같다.


보리빵 사러 걷다가 만난 올레길 (http://map.alleys.co/play/LTp7tUjD1KRAQiwNKhgWEw)


그래도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사무실에서만 있으면 몰랐을 사람들도 만나고 덕분에 한동안 늘지 않았던 인맥이 좀 늘어난듯 하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있는 분들이 뭘하며 지내는지, 제주도라는 곳에 뭐가 더 있으면 좋을지 가볍게나마 생각해 본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체류지원사업 마지막 발표


다음에 언제 또 이런 생활을 할지 모르겠다. 그 때가 온다면 지금보다 적은 일더미를 가방에 넣고 더 먼 곳으로 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그런 소망 하나 남기며 나의 제주도 유목민 생활은 여기서 끝을 맺는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격하게 반겨주던 미세먼지 -_-



덧붙이는 말 첫번째. 한달동안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와 공간을 지원해주는 체류지원사업은 매달 진행되고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서 신청하시길. (아쉽게도 5월은 벌써 시작되서...)

http://jccei.kr/event/all.htm


덧붙이는 말 두번째. 제주도의 생생한 모습은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인 Alleys Map을 통해 볼 수 있다.

http://map.alleys.co/?@=33.386508005011294,126.51399845516403,9.3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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