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말고 꼭 있으면 좋은 것들
디지털유목민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내 머리 속에 있는 이미지는 '놀면서 일하기' 다. 맨날 똑같고 답답해 보이는 회사 사무실에서 벗어나 날씨 좋고 휴양지 같은 곳에서 일한다면 왠지 일하면서도 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혹은 일하다가 날씨가 좋으면 바로 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것 같다.
그런데 디지털유목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반대로 조합해보면 조금은 웃긴 모습이 된다. '일하면서 놀기', 일하러 가서 노는게 아니라, 놀러 갔는데 일하는 모습. 뭔가 최악(?)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실제적인 모습은 이 둘의 중간이지 않을까 싶다. 일만 하는 것도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닌, 일 하러 온 것도 여행하러 온 것도 아닌 그런 모습이 좀 더 현실이 아닐까.
월세, 밥값, 카페 혹은 코워킹 스페이스 비용 등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효율이 나올만한 환경이 나올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진다면 차라리 사무실에서 좀 더 일하곤 노트북 두고 여행을 떠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하는 작업에서 효율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화면의 크기였다. 앱을 개발하기 때문에 UI를 보면서 할 수 밖에 없고 UI 작업을 할 때 화면이 작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할 때는 하나 밖에 없는 노트북의 화면이 집중하는데 도움을 줄지는 몰라도,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제주행 유목생활에 모니터를 들고 왔다.
모니터를 들고 온 순간 유목민 생활은 끝장난다. 이걸 들고 공항으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이럴 바에 그냥 아이맥을 들고 다니는게 더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요런 녀석도 있다니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고. 어딘가에 모니터를 놓는 순간, 이제부터 그 곳이 사무실이 된다. 그렇다고 모니터를 놓고 카페에 다른 곳에 가서 작업을 하자니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계속 하자니 작은 노트북 화면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결론적으로 노트북만 가지고 일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일이라면 디지털유목민도 괜찮다. 아니라면 모니터를 가지고 오던, 유목민 생활을 보려하던, 고려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놀 때 필요한 것은 없을까?
상대적으로 일에 치여 있어서 많이 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하나는 있으면 좋다. 다들 제주도 놀러오면 항공권 다음으로 예약을 서두르는 것, 바로 차가 있으면 놀러다니기 좋다.
서울에서는 차가 있으면 좀 더 편하게 돌아 다닐 수 있는 느낌이라면, 여기 제주에사는 차가 없으면 불편한 느낌이다. 서울에선 차가 없으면 좀 더 걸어가고 좀 더 지하철 타고 다닌다면, 여기선 훨씬 오래 걸려서 이동하고 아예 갈 수 없는 장소(예를 들어 오름이라던가, 오름이라던가...)도 생긴다.
이전 글에서 말한 디지털 노마드하기 좋은 카페들도 제주 근교라서 차를 타고 가면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버스를 탄다면 환승 한번도 안하고 가도 짧게는 1시간 길게는 1시간 반 넘게 걸리는 곳이 된다. 왕복시간을 생각하면 내가 일하기 좋은 카페를 가기 위해 서울에서 천안까지 내려가는 것과 비슷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무튼 놀려면 차를 빌릴 시길.
차를 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주도에서 하는 시티투어버스(https://www.jeju.go.kr/traffic/bus/city.htm)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안타봄)
혹은 아는 분이 소개해 준 찰스 투어(http://blog.naver.com/charlestour)도 괜찮아 보인다.(안해봄)
그 외에 괜찮은 방법들을 소개해주시면 업데이트를 할테니, 제보해주시면 나는 이제 안갈테지만 앞으로 제주도 유목민 생활을 하러 가실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