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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oresta Oct 21. 2021

번외 / 길 위에서의 안부인사




<2017. 7. 17 @페이스북>


부족한 제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산티아고에서 씩씩하게 걷고 있어요. 친구들이 챙겨준 침낭 배낭 우의 카메라 선크림, 잘 다녀오라고 안부 전해준 친구들, 그리고 앞서 걸으면서 제가 이 길에 서도록 도와준 친구들, 이곳에 와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 시간이 갈수록 저라는 사람은 혼자 만들어진 게 아님을, 특히 길 위에 서서 많이 느껴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온만큼 걷고, 씻고, 빨래하고, 밥먹고, 산책 하고, 일기 쓰고, 자는 것. 그게 매일의 일상이 됐어요. 늘 여행오면 할 말이 많았는데, 이 길은 너무나 단순해서 생각보다 전할 말도 생각도 많지 않아요.

다만 매일 그림자를 보고 걸으며 나와 대화를 많이해요. 힘들어? 쉴래? 배고파? 다리아파? 조금만 더 걷자. 오늘도 수고했다. 이렇게 오롯이 나와 단둘인 적이 있었는지.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속도로 걷길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길 좋아하는지 마치 처음 만나는 친구처럼 다시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습니다. 특별한 말을 전하고 싶은데 이곳은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런 말도 생각도 많이 떠오르지 않아요. 오직 내가 발을 내딛는 '지금 이 순간' 만이 있을 뿐. 응원해주고 걱정해준 친구들에게 살아 있다는 말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소식을 전합니다.


전 때론 너무나 힘들고, 평범하고, 단순하고, 작은 것들에 행복해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덕분입니다.




길 위에서 찍는 셀카라곤 내 발과 그림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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