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프랑스 교육으로 딸을 키운다면

낡은 운동화

by 안젤라


6. 낡은 운동화


낡은 운동화



내가 만났던 프랑스인들은 하나같이 새것을 사는데 흥미가 없었다. 늘 똑같은 천가방에 보푸라기 가득한 스웨터를 입고 있었고, 낡은 겉옷과 신발을 신었다. 하지만 오래된 것과 새것을 잘 섞을 줄 아는 멋쟁이들이었다.


소위 상류층에 속하는 프랑스인들을 만나볼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 멋대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내 기억 속의 프랑스 사람은 대체로 검소했다.

유행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만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만 받아들일 줄 알았고, 새것을 사는 것보다 오래된 것을 지키고 가꾸는 걸 더 좋아했다.


십 년째 프랑스 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은 유행하는 흐름에 휩쓸려 무얼 가지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

핸드폰도 중학교2학년이 되어서야 본인이 필요함을 느껴 사주게 되었다. 그리고 한 번 자신이 소유하게 된 물건은 매우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했다.

딸에게는 나름대로 소비 습관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는데, 이 가치관은 우리 부부가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딸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의 프랑스적인 분위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여유가 있든 없든 학교의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과한 소비를 하지 않는 듯했고, 덕분에 걸치고 있는 겉옷이 나 신발, 가방 같은 외적인 것으로 비교당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딸이 받아온 교재들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당연히 새 책들일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테이프가 붙어있었고 색도 바랬고 그야말로 낡은 누더기 교재였다.

프랑스 학교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교재들을 새로 받지 않고 윗학년이 쓰던 책을 물려받는다.

교재마다 맨 뒷장에는 그동안 이 교재를 사용했던 학생들의 이름이 역사 속 인물들처럼 차례대로 적혀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지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다음 학생을 위해 헌책이지만 소중하고 깨끗하게 사용한다.

찢어지거나 더 이상 못 볼 정도로 흩어지는 것만 아니면 새것으로 바꾸지 않는다.


벼룩시장은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꽤 중요한 학교 행사이다. 아이들은 책, 옷, 장난감 등 더 이상 자기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모아놓았다가 판다. 그리고 그 돈으로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다른 아이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산다.

헌 것이지만 친구들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갖게 된 아이들은 기쁘게 그리고 소중하게 사용한다.


특별히 드러나게 가르치거나 훈육을 하지는 않지만, 학교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있는 분위기 덕분에 아이들은 옛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기억한다.

그리고 주체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키워나간다.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지만 아이들은 활짝 핀 꽃처럼 빛나고 생기 넘친다. 이 아이들이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오직 관심 끌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인내와 지혜로 잘 가꾸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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