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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Dec 11. 2023

이제 자야 되지 않을까? (둘째에게 매일 하는 말)

집공부를 시작했다


  매주 주말마다 아이들과 도서관에 간다. 


  우리 집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거실에도 방에도 책이 쌓여있고 어딜 가나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책을 매번 구입해서 읽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구입하는 책들도 많지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살펴보고 고르는 재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매주 일요일,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는 날이면 아이들은 '엄마, 오늘은 이거 이거 빌려올 거예요'라고 말한다. 종종 그 책이 없을 때는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다른 책을 빌려오니까 그것도 괜찮다.


  아이들 독서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편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엎드려서 누워서 앉아서 인형을 끌어안고서 등등 다양한 자세로 책을 읽고 도서관에 다녀온 날이면 2~3시간은 집이 조용하다. 우리 집 막내만 심심해서 나에게 놀아달라고 하고 그 시간은 작은방에 가서 막내랑 둘이 놀이를 한다.


  책을 가장 사랑하는 둘째는 자면서도 책과 함께 한다. 분명히 밤 9시가 넘어서 소등을 하고 수면등만 켜주고  잘 자라고 인사를 하고 방문을 닫고 나왔는데,  밤 11시인가 물 마시러 나왔는데 아이 방에 불이 켜져 있어서 깜짝 놀라 방문을 열었다. 이런... 책을 아직도 읽고 있는 둘째. 몰래 방 불을 켜서 책을 읽고 있었다. 분명 자라고 했는데...


  매일매일 '이제 자야 되지 않을까? 시간이 늦었어'라고 말하는 엄마, 아빠의 말은 가볍게 흘려듣고 이 부분만 읽고 자겠다는 둘째의 고집을 꺾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날을 책을 거실에 모아두고 못 읽게 했더니 몰래.. 나와서 방에 가져가서 읽기도 하고 태연하게 베개 밑에 책을 숨겨서 읽기도 했다.


  결국에는 밤 10시까지는 읽게 해주는 것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그 이후에는 잠잠하더니.. 요즘 다시 책 그만 읽으라고 말리는 엄마와 책을 더 읽겠다는 둘째 (뭔가 바뀌지 않았어?) 











  지금은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는 게 재미있어서 읽고 있지만  처음부터 아이들이 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언어발달 시기일 때, 매일 20~30권씩 소리 내어 읽어줬고 책을 매일 읽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많이 봤고 거실과 방, 식탁 등등 책이 어디에나 있었던 환경이기도 했다. 한글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는 매일같이 소리 내어 책을 한 권씩 읽으면 책 스티커를 붙여주고 30개를 다 모으면 원하는 과자를 1개씩 사줬다. 책을 매일같이 읽어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공부와 상관없이 책 읽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없기를 바랐고 다양한 세계를 책으로 경험할 수 있기를 원했다.


  요즘도 둘째에게는 종종 '이제 자야 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한다. 밤늦게까지 책을 읽으면 결국 다음날 아침 늦게 일어나서 하루가 힘들기 때문이다. 조금 더 크면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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