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깔 찾기
"철수 알지? 000 씨 아들 말이야. 그 친구 서울대 갔대."
아빠도 어릴 때 이런 말 지겹게 들었어.
그때는 "옆집 철수" 였지만. 근데 너희는 더 불쌍해.
우리는 그래도 옆집 철수 하나만 비교하면 됐는데,
너희는 인스타그램에 있는 전 세계 철수들이랑 비교해야 하잖아.
아빠가 페이스북 처음 만들었을 때, 고등학교 동창들 프로필 보고 충격받았어.
다들 잘 나가더라고.
변호사, 의사, 기업대표, 심지어 친구 중에 국회의원도 있어....
그런데 나중에 직접 만나고 술 한잔 하면서 얘기해 보니 다들 힘들어하더라.
SNS는 '인생 하이라이트 1분 영상'이구나 싶었어.
MIT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대. 두 가지 선택지를 준 거야.
A: 너는 5만 달러 받고 이웃은 2만 5천 달러 받기.
B: 너는 10만 달러 받고 이웃은 20만 달러 받기.
놀랍게도 절반 이상이 A를 택했대.
난 이 실험 결과를 보고 "에이, 바보들이네" 했는데,
월급날 되니까 이해가 되더라. 내 연봉이 올랐는데도 동기가 더 많이 올랐다는 소식에
기분이 묘했거든. 인간이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나 봐.
그런데 더 웃긴 건 뭔지 아니?
우리가 비교하는 기준 자체가 누군가 정해놓은 거라는 거야.
왜 수학 잘하는 게 그림 잘 그리는 것보다 대단해? 누가 정했어?
왜 대기업 다니는 게 작은 가게 운영하는 것보다 성공한 거야?
아빠 세대는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였어.
공무원, 대기업, 의사, 변호사.
근데 너희 세대는 유튜버, 웹툰 작가를 더 멋있어하잖아.
30년 만에 기준이 완전히 바뀐 거야. 그럼 30년 후에는? 아마 또 바뀌겠지.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가 평생 그림 1만 3500개를 그렸대.
근데 우리가 아는 건 몇 개? 10개 정도나 될까?
나머지 1만 3천 개는? 그냥 습작이거나 별로였대.
근데 피카소가 "나는 왜 다빈치처럼 못 그릴까" 하면서 우울해했을까?
아니야.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그렸어.
그게 '피카소'라는 장르가 된 거지.
너희 말로 하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든 거야.
작가 헤르만 헤세가 "비교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라고 했는데,
아빠는 이렇게 바꾸고 싶어. "남과의 비교는 불행의 시작, 어제의 나와 비교는 성장의 시작."
좀 멋진 말 같지 않니?
심리학자 칼 융이 '개성화'라는 걸 말했대.
진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가장 큰 특권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래.
근데 웃긴 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거야.
왜? 다들 남들처럼 되려고 바쁘거든.
스포티파이 알지? 거기 '발견 주간' 플레이리스트 있잖아.
비슷한 취향 사람들 데이터 분석해서 만드는데,
결국 목표는 '너만을 위한' 리스트를 만드는 거래.
비교를 통해 독특함을 찾는다? 아이러니하지만 일리가 있어.
그래서 아빠가 한 가지 제안할게.
'비교 단식' 해보는 거야.
일주일만 SNS 끄고, 친구들 근황 묻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 가져보는 거.
아빠도 꽤 오랫동안 페북 끊어봤는데,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
더 재미있는 실험도 있어. '안티-버킷리스트' 만들기.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대신,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적어보는 거야.
"높은 연봉 위해 영혼 팔기 싫다"
"가짜 친구 100명보다 진짜 친구 3명이 좋다"
"남들 부러워하는 직업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이게 오히려 네 진짜 가치관을 보여줄 거야.
너도 알겠지만, 비교는 본능이야.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거지.
"쟤보다 내가 약하면 도망가야지"
이런 식으로.
근데 지금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야.
아빠가 최근에 깨달은 게 있어.
나만의 색깔을 찾는다는 게 '특별해지려는 노력'이 아니더라.
오히려 '남과 같아지려는 노력을 멈추는 것'이야.
너는 이미 충분히 독특해.
단지 남들과 같아지려고 애쓰느라 그 독특함을 숨기고 있을 뿐이야.
네 색깔이 뭔지 몰라도 돼. 빨강이든 파랑이든, 아니면 아직 이름 없는 색이든.
중요한 건 그게 네 색이라는 거야.
남들이 뭐라 하든, 그게 유행이 아니든, 그냥 네 색이면 충분해.
아, 그리고 하나 더. 아빠도 50 다 되어서야 내 색을 찾았어.
그것도 완전히는 아니고 아직도 찾는 중이야.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 인생은 생각보다 길어.
(라떼는 말이야... 농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