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를 사랑하는 연습

스스로에게 따뜻해지기

by 강훈

자기애(self-love)...

이 단어 들으면 아빠는 아직도 좀 오글거려.

우리 세대는 "자기를 사랑한다"는 말 자체가

나르시시즘으로 여겨졌거든.

거울 보면서 "난 정말 멋져" 이러는 사람들 보면

"저 사람 뭐야?" 했어. 속된 말로 좀 재수 없다고 할까.

근데 너희 세대 보니까 다르더라.

"셀프 러브가 중요해"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해"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거야.

처음엔 "요즘 애들은 너무 자기만 아나?" 싶었는데,

살다 보니 너희가 맞아. 왜냐고?

아빠 세대를 보면 알아. 평생 자기를 미워하며 살았어.

"난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저 사람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이러면서.

그 결과? 돈은 좀 벌었는데 우울증 약 먹는 친구들이 절반이야.

과연 이게 성공한 삶일까?


텍사스 대학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대.

자기 실패를 떠올린 다음, 그걸 친구가 겪었다고 상상하고 조언하게 했어.

그리고 자기한테 했던 말이랑 비교했더니, 친구한테는 3배 더 따뜻하게 말하더래.

아빠도 테스트해 봤어. 진짜 그렇더라.

친구가 실수하면 "에이,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내가 같은 실수 하면 "아, 진짜 멍청하네. 이 나이에 이것도 못하고" 이러고 있더라고.


항공기 안전 방송 알지?

"산소마스크 떨어지면 본인 먼저 착용하고 옆 사람 도와주세요"라고 하잖아.

처음 들었을 때 "이기적인 거 아냐?" 했는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야.

내가 숨을 쉴 수 있어야 남도 도울 수 있지.


그런데 '나를 사랑한다'는 게 정확히 뭘까?

인스타에 #selflove 검색하면 나오는 스파, 요가, 명품백? 아니야.

그건 그냥 '자기 위로'야.

쇼핑하고 기분 좋아지는 거랑 자기를 사랑하는 건 완전 다른 거야.

아빠가 생각하는 진짜 자기애는 이런 거야.

인간은 하루에 5만 개 정도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간대.

그런데 그중 80%가 부정적이고, 95%가 어제와 똑같은 생각이래.

"또 늦잠 잤네" (아빠도 매일 이 생각함)

"왜 이것밖에 못하지?" (이것도)

"저 사람은 날 싫어할 거야" (이것도...)


심리학에서는 이런 목소리를 '내면 비판자'라고 부른대.

우리 안에 사는 깐깐한 심사위원 같은 거지.

진화론적으로는 도움이 됐을 거야.

"조심해! 위험해!" 하면서 살아남게 해 줬으니까.

근데 지금은? 과도하게 작동해서 우리를 괴롭혀.


스탠퍼드에서 신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

자기한테 3인칭으로 말하면 감정 조절이 잘 된대.

"나는 왜 이럴까"보다 "(너 이름)는 지금 힘들어하고 있어"라고 하면 객관적이 된다는 거야.

아빠도 해봤어.

"강훈 씨, 오늘 강연 망쳤다면서요? 속상해 할 수 있어요. 근데 뭐,

강연이 망친거지 인생을 망친건 아니잖아요. 다음 강연엔 더 잘하면 돼요."

단순해 보여도 뇌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대.

감정을 언어로 라벨링 하면 전전두엽이 활성화돼서 감정 조절이 된다고.


일본의 한 회사는 '실패 파티'를 연대.

프로젝트 망하면 오히려 축하 파티를 여는 거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축하할 일"이라면서.

이거 개인한테도 적용해 볼 만해.

고백하다 차였어? 그럼 스스로한테 치킨 사주는 거야.

"용기 낸 나, 수고했어. 쪽팔릴 땐 치킨이지." 하면서.

아빠가 작년에 시작한 습관이 있어. '자기 사과 편지' 쓰기.

그동안 나한테 했던 가혹한 말들, 무시했던 감정들에 대해 사과하는 거야.

"미안해. 50년 동안 너무 몰아붙이기만 했어."

"피곤한데도 쉬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네 감정을 무시하고 '남자는 그러면 안 되지' 하면서 억눌러서 미안해."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라는 개념도 있대.

자기애가 "난 훌륭해"라면, 자기 연민은 "난 인간이야"라는 거.

실수해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거지.

근데 주의할 점이 있어. 자기애는 자기 합리화랑 달라.

"난 원래 이래, 못 바꿔"는 자기애가 아니라 자기 방어야.

진짜 자기애는 "난 부족하지만 성장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 또 하나. '평범한 순간 축하하기'.

우리는 큰 성취만 축하하잖아. 근데 생각해 봐.

아침에 일어난 것, 밥 먹은 것, 친구한테 안부 문자 보낸 것. 이것도 다 작은 승리야.

우울증 있는 사람한테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엄청난 노력이래.

건강한 우리도 사실 매일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거야.

아빠가 최근에 시작한 또 다른 습관.

저녁에 거울 보면서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하기.

처음엔 정말 오글거렸어.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더라.

50년 만에 처음으로 나한테 따뜻한 말을 해준 거 같았어.

마지막으로, 자기애는 거창한 게 아니야.

배고플 때 밥 먹고, 피곤할 때 쉬고, 슬플 때 우는 것.

이 단순한 것들이 자기를 사랑하는 시작이야.

너는 평생 너랑 살아야 해.

그 룸메이트랑 친하게 지내는 게 현명하지 않겠니?

아빠도 50년 동안 원수처럼 지내다가 이제야 친구 되려고 노력 중이야.

너는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