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너 중학교 때 기억나니?
시험에서 98점 맞고 와서 울었잖아.
아빠는 그때 "잘했네" 했는데 (참고로 난 98점을 맞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듯)
넌 "알고 있었던 걸 틀렸는데 어떻게 잘한 거냐"라고.
그때 아빠는 깨달았어.
'아, 요즘 애들 압박감이 장난 아니구나.'
아빠는 70점만 넘어도 "그래, 나름 잘했네. 중상위 점수잖아." 했는데,
너희는 95점도 부족하다고 느끼더라.
이게 누구 잘못일까?
아마 우리 세대가 만든 경쟁 사회 탓이겠지. 그건 어른으로서 미안해, 진짜로.
그런데 말이야,
아빠가 사회생활 30년 넘게 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
학교에서 100점 맞던 애들이 꼭 성공하는 건 아니더라.
오히려 70-80점 맞으면서 다른 것도 적당히 즐기던 애들이 더 잘 살아.
뭐 100%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왜 그런지 알아? 실수하는 법을 아니까.
넷플릭스 창업자 이야기 들어봤니?
리드 헤이스팅스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이전 회사에서 '완벽한 시스템' 만들려다가 망했대.
실수 절대 용납 안 하고, 매뉴얼대로만 하라고 했더니 직원들이 로봇이 됐다는 거야.
혁신? 창의성? 다 사라졌지.
그래서 넷플릭스 만들 때는 반대로 했대.
"실패해도 돼, 대신 빨리 실패해"라고.
우리 세대는 이해 못 할 말이야. 실패하면 짤리는 게 당연했거든.
근데 이 '빨리 실패하기' 전략이 넷플릭스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어.
여기서 더 충격적인 건, 아빠도 최근에 안 사실인데, 완벽주의자들이 실제로는 더 실패한대.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 결과야.
왜냐고? 100%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타이밍을 놓치니까.
아빠 친구 중에 이런 놈이 있어.
10년째 "완벽한 사업 계획"을 준비 중이래. 10년이야, 자그마치 10년.
그동안 대충 시작한 다른 친구는 실패도 3번이나 했지만 지금은 성공했어.
당연한 말이지만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이런 속담도 있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
일본 도자기 장인들 이야기도 해줄까?
걔네는 일부러 작품에 흠집을 낸대.
왜? "완벽한 건 신의 영역"이라나.
인간이 만든 건 불완전해야 한대. 나름 철학인 거지.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에이, 그냥 실수한 거 변명하는 거 아냐?" 했는데,
나이 들어보니 일리가 있더라.
아빠도 젊을 때는 나름(?) 완벽주의자였어. 음악 프로듀서 일을 오래 했잖아.
음이 조금이라도 불안정하거나, 박자가 100/1 박자 정도? 정확하지 않아도
그걸 넘어갈 수가 없었어.
그뿐 아니라 내가 느끼기에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다시 녹음했지.
그런데 옆에 있던 엔지니어가 조심스럽게 얘기하더라고.
"전에 녹음한 버전하고 이번 버전하고 뭐가 다른 거죠?
저는 이전 버전이 훨씬 더 좋은데요?"
그때는 그것도 모르냐며 자존심 내세우고 그랬는데, 지금은 알겠어.
구글에 '실패 박물관'이 있다는 거 아니?
구글 글래스, 구글 플러스 같은 망한 프로젝트들을 전시해 놨대.
우리 같으면 쪽팔려서 숨기기 바쁠 텐데, 걔네는 자랑스럽게 전시해.
"우리는 이렇게 많이 도전합니다"라고.
그래서 아빠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
'실험 일지' 써보는 거 어때? 실패 일기는 너무 우울하니까.
"오늘 이런 가설로 시도해 봤는데 결과는 이랬다.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겠다"
이런 식으로. 과학자처럼 접근하는 거야.
멋있지 않니? (내가 제안하고 내가 멋있다고 말하고 있어)
스탠퍼드 대학에 "Fail fast, fail cheap"이라는 모토가 있대.
빨리 실패하고, 싸게 실패하라.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명언이야.
아빠가 20대 때 알았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마지막으로, 네가 실수할 때마다 자책하는 거 아빠가 모르지는 않아.
그런데 있잖아, 아빠 눈에는 네가 실수하는 모습도 그냥 예쁘다고.
(이런 말 하면 "아빠, 제발!" 하겠지만)
진짜야. 실수하는 것도 네 모습의 일부고, 그것까지 다 너야.
기억해. 넘어지는 건 실패가 아니야.
넘어진 채로 있는 게 실패지.
이건 아빠 세대나 너희 세대나 똑같은 진리인 것 같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