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비판보다 성장

스스로를 대하는 방법

by 강훈

아빠가 어떤 단체의 리더로 지원했다가 떨어졌을 때 일이야.

집에 와서 거울 보면서 한참 동안 자기 비난을 했어.


"애초부터 될 리가 없었지."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그렇지 거길 떨어지면 무능함이 검증된 거 아닌가?"


그런 내 상태가 표정에서 드러났는지 네가 날 위로해 줬지.

"아빠를 몰라보다니 그 단체가 별로인 거야."

그렇게 아빠 편이 되어줘서 너무 고마웠어.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장 잔인한 비평가가 되곤 해.

남한테는 절대 하지 않을 말을 자기한테는 서슴없이 하지.

심리학에서는 이걸 '부정적 자기 대화(Negative Self-Talk)'라고 불러.

근데 재미있는 건, 이게 도움이 된다고 착각한다는 거야.

"나를 비판해야 발전한다"

사람들은 자기를 채찍질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근데 스탠퍼드 연구 결과는 정반대야.

자기비판이 심한 사람일수록 실패 후 회복이 느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높대.

왜? 비판에 에너지를 다 써서 정작 개선할 힘이 없거든.


아빠가 일하던 곳에 완벽주의자인 동료가 있었어.

보고서에 오타 하나 나면 "난 왜 이모양일까. 이런 오타를 만들다니"라고 자책했지.

그런데 또 다른 동료는 달랐어.

같은 실수를 해도 "아, 다음엔 맞춤법 검사 한 번 더 돌려야겠네"라고 했어.

나중에 그렇게 자기 실수에 조금은 더 관대한 사람이 더 좋은 자리로 승진했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기비판으로 에너지를 소진해서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을 못했거든.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라고 있어. 정말 대단한 선수야.

그녀의 코치가 흥미로운 말을 했대.

"세레나는 실수 후 자기비판을 3초만 한다.

그다음은 '다음 포인트'에만 집중한다."

3초 룰이야. 실수를 인정하되 거기 빠져있지 않는 거지.

무조건 실수에 관대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거지.

인정하고 곧바로 방향을 바꾸고.


우리 뇌는 신기한 특성이 있어. '확증 편향'이라고 들어봤지?

자기가 믿는 걸 뒷받침하는 증거만 찾는 거야.

"나는 멍청해"라고 생각하면, 뇌는 멍청한 증거만 수집해.

반대로 "나는 성장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면? 성장의 증거를 찾기 시작해.


구글의 '성장 마인드셋 프로그램'이 있어.

직원들한테 "아직(yet)"이라는 단어를 쓰게 해.

"나는 이걸 못해"가 아니라 "나는 이걸 아직 못해"라고.

단어 하나 차이인데 마인드가 완전히 달라진대.

못하는 게 영구적인 게 아니라 일시적이라는 거지.


일본 유도에 '우케미(受け身)'라는 게 있어.

넘어지는 법을 배우는 거야. 낙법 같은 그런 건가 봐.

넘어지지 않는 법이 아니라 넘어지는 법을 배운다니.

왜? 넘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중요한 건 어떻게 넘어지고, 어떻게 일어나느냐야.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이 이런 말을 했어.


"비판은 쉽고 싸구려다. 성장은 어렵고 값비싸다."


자기비판은 사실 게으른 거야.

"난 원래 이래"하고 끝내는 게 편하거든.

반면 성장은 노력이 필요해.

"어떻게 개선할까?"를 고민해야 하니까.


여기 충격적인 연구가 있어.

자기비판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비판적이 된대.

아빠가 아무 생각 없이 자기를 비하하고 욕했을 때, 네가 그걸 배웠을 수도 있어.

혹시라도 그랬다면 정말 미안해. 그래서 지금이라도 바꾸려고 노력 중이야.


캐나다의 한 학교에서는 'Fail Wall'이라는 걸 만들었대.

학생들이 자기 실패를 자랑스럽게 적어 붙이는 벽이야.

"수학 시험 망쳤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런 식으로.

실패를 숨기지 않고 성장의 증거로 만드는 거지.

우리는 항상 좋은 성과나 성공한 것만 전시를 하는데

오히려 실패한 것을 전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배울만 하다고 생각해.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을 연구한 캐럴 드웩 교수가 이런 말을 했어.


"당신은 당신의 실수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존재다."


너 자신을 대하는 방법이 네 인생을 결정해.

스스로를 적으로 만들면 매일이 전쟁이야.

하지만 스스로를 성장하는 동료로 만들면, 매일이 모험이 돼.


아빠는 50년 동안 나를 적으로 만들었어.

이제야 나 자신과 좀 잘해보려고 노력 중이야.

너는 처음부터 너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래.

비판하는 에너지를 성장하는 데 쓴다면,

네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