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회의 잣대에서 벗어나기

진정한 자기 수용

by 강훈

TV 드라마에서, 아니 TV가 아니더라도

아마 주변에서 이런 얘기 많이 보고 들었을 거야.

대학을 갓 졸업한 자녀에게 부모는 이런 질문을 해.

"언제 취업하니?"

그리고 나중에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 또다시 질문을 하지.

"결혼은 언제 할 거야?"

결혼을 하고 나면?

"애는 언제쯤?"

아이를 낳고 나면 질문이 멈출까? 아냐.

"둘째는 언제?"


이게 끝이 없더라.

사회가 정해놓은 체크리스트를 따라가는 게 인생인 줄 알았어.

근데 작년에 고등학교 동창 만났는데, 걔가 이런 말을 하더라.

"나는 45살에 처음으로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됐어."

의사였는데 그만두고 지금은 작은 베이커리를 운영한대.

부모님이 원해서 의대 갔고, 30년을 남의 꿈을 살았다는 거야.


사회의 잣대라는 게 참 교묘해.

대놓고 강요하지 않아. 그냥 스며들지.

"다들 그렇게 사는데"

"그게 정상이야"

"그 나이면 당연히..."

이런 말들로 포장해서.

그러다 보면 어느새 네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구분이 안 가.


하버드에서 75년간 진행한 '성인 발달 연구'가 있어.

놀라운 결과가 뭔지 아니?

사회적 성공 지표(연봉, 직위, 학벌)와 행복은 거의 상관이 없대.

오히려 자기답게 산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늙었다고.

우리나라에는 특히 '정상 가족', '정상 커리어'라는 틀이 강해.

30대 초반 결혼, 2년 안에 출산, 아파트 구매, 자녀 명문대...

이 루트에서 벗어나면 뭔가 실패한 것 같은 압박을 받지.

아빠도 그랬어. 34살에 결혼했다고 "늦었다"는 말 수없이 들었거든.

사실 일찍 결혼하든 늦게 결혼하든 그에 따른 장단점이 각각 있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들이 생각하는 어떤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잘못되었거나 늦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정상'이라는 기준 자체가 시대마다 달라.

할아버지 세대는 자식 최소 5명이 정상이었어.

우리 세대는 2명.

너희 세대는? 안 낳는 것도 선택이잖아.

뭐가 맞는 거야? 다 맞고 다 틀려. 그냥 시대의 유행일 뿐이야.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이런 말을 했어.

"가장 흔한 형태의 절망은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근데 더 깊은 절망은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거 아닐까?

인스타그램 시대가 되면서 더 심해진 것 같아.

예전엔 동네 사람들하고만 비교했는데,

이제는 전 세계 70억 명과 비교하잖아.

누군가는 20대에 창업해서 억만장자가 되고,

누군가는 매일 세계여행을 다니고.

그걸 보면서 "나는 왜 이것밖에..."라고 생각하게 돼.


그런데 말이야, 잘 생각해 봐.

그 '성공한 20대 창업가'가 정말 행복할까?

그렇다고 불행하길 바라는 것은 아냐.

아빠 아는 스타트업 대표가 있는데,

겉으론 성공했지만 불면증에 공황장애로 고생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이 정작 본인은 지옥일 수 있어.


'임포스터 신드롬(imposter syndrome)' 들어봤니?

일명 '가면 증후군'이라고도 하지.

성공한 사람들이 "나는 가짜야, 언젠가 들통날 거야"라고 불안해하는 거야.

왜 그럴까? 남의 기준으로 성공했기 때문이야.

진짜 자기가 원한 게 아니라서 아무리 이뤄도 공허한 거지.


일본에 '이키가이(生き甲斐)'라는 개념이 있어.

'삶의 이유'라는 뜻인데, 네 가지가 겹치는 지점을 찾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돈을 벌 수 있는 것.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하는 거야. 남이 아니라.


파블로 피카소가 이런 말을 했대.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예술가로 남아있느냐는 것이다."

왜 어른이 되면 예술가가 아니게 될까?

사회가 정한 '어른다움'에 맞추느라 창의성을 버리기 때문이야.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는

"남과 다르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남과 같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라"라고 했어.

근데 우리는 정반대로 살지. 튀면 안 되고, 평범해야 안전하다고 믿으면서.


너희 세대가 쓰는 'YOLO''갓생' 같은 말들, 처음엔 이해 안 됐어.

근데 곰곰 생각해 보니 너희가 사회 기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인 것 같아.

우리 세대보다 용감해. 부럽기도 하고.

진정한 자기 수용은 이런 거야.

"나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아."

35살에 결혼해도, 45살에 해도, 안 해도 괜찮아.

대기업 다녀도, 치킨집 해도, 백수여도 네 선택이면 괜찮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야.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나 자신이 나답게 되는 것은 전투를 치르는 일이야.

쉽지 않고, 매일 싸워야 해. 대신 그 싸움에서 이기면 진짜 자유를 얻는 거지.


최근에 '노멀라이제이션'이라는 개념이 있어.

정상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자는 거야.

키 150cm도 정상, 190cm도 정상.

동성애자도 정상, 이성애자도 정상.

모든 게 그냥 '다른' 거지 '비정상'이 아니라는 거.


아빠가 깨달은 게 하나 더 있어.

사회의 잣대를 완전히 무시할 순 없어.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니까.

하지만 그 잣대를 '참고 자료'로만 쓸 수는 있어.

"아, 사회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마지막으로,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졸업식에서 한 말 기억나?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낭비하지 마라."

너는 이미 충분해.

대학을 어디 가든, 무슨 일을 하든, 언제 결혼하든 안 하든.

사회가 뭐라 하든 너는 너야.

그리고 그 '너'가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오리지널이라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았으면 좋겠어.

아빠도 50년 걸려서 깨달았어.

남들이 박수 쳐주는 삶보다,

내가 밤에 편하게 잠들 수 있는 삶이 더 중요하다는 걸.

너는 좀 더 일찍 자유로워지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