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에게 사랑받으려는 욕심 버리기
예전에 네가 초등학생 때 방에서 우는 소리를 들었어. 친구가 생일파티에 너만 초대하지 않았다고 했지. 아빠도 그땐 가슴이 아팠어. 사실 아빠도 지난주에 비슷한 일을 겪었거든. 팀 회식에서 나만 빼고 2차 간 걸 나중에 알았어. 50살 아빠도 그런데 상처받는데, 어렸을 적 네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아마 어느 정도 큰 지금에도 비슷한 일들이 또 생기고 마음이 아프고 그러겠지.
엄마한테 말 못 했는데, 아빠도 회사 화장실에서 잠깐 울컥하더라고. ‘내가 뭘 잘못했나’ ‘왜 나를 싫어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지. 그러다가 거울을 보는데 웃음이 나더라. 50살 먹은 어른이 중학생처럼 상처받고 있다니.
그날 밤 하루를 돌아보며 깨달았어. 평생 이렇게 살아왔구나.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신호가 오면 어떻게든 그 사람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어. 농담도 더 하고, 선물도 사고, 먼저 연락도 하고. 근데 대부분은 소용없었어.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하더라.
너도 그랬지? 작년인가 사이가 나빠졌던 그 친구한테 계속 다가가려고 노력했잖아. 좋아하는 과자도 사주고, 숙제도 도와주고. 그런데 결국 그 애는 다른 친구랑 더 친해졌지. 네가 “아빠, 저는 왜 이렇게 노력해도 안 될까요? “라고 물었을 때, 아빠는 뭐라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어. 아빠에게도 쉽지 않은 영역인가 봐.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우리가 틀린 게 아니야. 그냥 안 맞는 거야. 김치를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은 안 먹어. 그게 틀린 걸까? 아니지, 그냥 입맛이 다른 거야. 그거 알아? 전라도 김치와 경상도 김치가 정말 많이 다른 거. 김치를 좋아해도 자기랑 안 맞는 김치도 있더라.
아빠가 30대 때 일이야. 모든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정말 애썼어. 아침마다 커피 타다 주고, 야근도 대신하고, 술자리에선 분위기 메이커가 되려고 노력했지. 어느 날 동기가 그러더라. “너는 왜 그렇게 애써?” 그 한마디가 뭔가 머리를 때린 것 같았어.
맞아. 왜 그렇게 애썼을까? 두려웠던 것 같아. 미움받는 게, 혼자가 되는 게, 소외되는 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니까 진짜 ‘나’는 사라지더라.
네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친구가 누구니? 아마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친구일 거야. 네가 화장 안 해도, 성적이 떨어져도, 실수해도 여전히 너를 좋아하는. 그런 친구 한두 명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예수님도, 부처님도, 간디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지는 못했어. 그들도 미움받고, 오해받고, 배신당했어. 완벽한 사람들도 그러는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 있겠어?
작년 크리스마스 때 일 기억나? 네가 반 친구 전체한테 카드를 썼는데, 답장 온 게 다섯 장이었지. 네가 실망하는 걸 보면서 아빠도 마음이 아팠어. 그런데 그 다섯 명이 진짜 네 친구인 거야. 나머지는 그냥 같은 반일뿐.
아빠도 최근에 정리를 했어. 내 결혼식 때 500명이 왔었어. 그런데 지금도 연락하는 사람은 열 명도 안 돼. 그 열 명이 진짜 내 사람들이야. 500명한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있었을까?
네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네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길 바랐어. 그런데 그건 아빠의 욕심이었어. 이제는 달라. 네가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깊이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아. 그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야. 그냥 파장이 안 맞는 거야. 라디오 주파수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채널이 있고, 안 듣는 채널이 있잖아. 그것뿐이야.
오히려 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네가 네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야. 투명한 사람은 아무도 싫어하지 않지만, 아무도 사랑하지도 않아.
어제 네가 “왜 저를 싫어할까요? “라고 물었지. 아빠는 이제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 “몰라. 그리고 알 필요도 없어. 그냥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더 행복하게 지내자.”
요즘 학교 가기를 싫어하더라. 예전엔 학교 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는데 말이야. 내일도 학교 가기 싫을 수 있어. 그 친구를 마주치기 불편할 수도 있고. 그래도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추억이 될 거야. 아빠도 날 싫어했던 사람들 얼굴이 이제는 잘 기억도 안 나.
그런데 날 좋아해 준 사람들은 선명해. 그들이 해준 따뜻한 말, 함께 웃었던 순간들. 그게 진짜 인생이야. 너도 그런 순간들로 네 인생을 채워가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