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사랑할 때

소유에서 존재로

by 강훈

결혼식 날 아침

결혼식 날 아침, 예복을 입으며 거울을 봤습니다. 머릿속에는 앞으로 하게 될 서약이 맴돌았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정말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사랑은 "당신을 사랑해"라는 말에 있지 않고, "당신과 함께여서 감사해"라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소유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기뻐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랑의 두 얼굴

"넌 내 거야."

"나만 봐야 해."

"내가 없으면 안 돼."

열정적인 사랑의 고백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보면 소유욕입니다. 상대를 나의 일부로 만들려는 욕심, 내 통제 아래 두려는 불안. 이런 사랑은 처음엔 달콤합니다. 누군가 나를 이토록 원한다는 것이 황홀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달콤함은 숨 막힘이 됩니다.

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전 여자친구는 날 너무 사랑한다고 했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연락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확인하고, 내가 다른 여자와 대화하면 화를 냈지. 처음엔 그게 사랑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깨달았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다는 걸."

진정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중입니다.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거리의 미학

"사랑하는 사람과는 포옹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그러나 서로의 그림자를 밟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

칼릴 지브란의 말입니다.

신혼 초,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하려 했습니다. 같은 취미를 가져야 하고, 같은 친구를 만나야 하고, 모든 시간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숨 막히게 한다는 것을. 아내는 아내대로, 저는 저대로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씩 각자의 시간을 갖습니다. 아내는 친구들과 북클럽을, 저는 혼자 산책이나 독서를.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는 각자의 하루를 나눕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 이런 구절이 인상적이었어."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 네 생각은 어때?"

각자의 세계를 가진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더 흥미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오는 사람, 계속 성장하는 사람.


사랑의 언어는 다르다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를 읽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마다 사랑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 내가 주는 사랑과 상대가 받고 싶은 사랑이 다를 수 있다는 것.

저는 '인정하는 말'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당신 정말 대단해", "오늘도 수고했어" 같은 말들. 그런데 아내는 '함께하는 시간'으로 사랑을 느낍니다. 같이 산책하고, 대화하고, 그저 옆에 있는 것.

한동안 우리는 서로 서운했습니다. 저는 계속 말로 표현하는데 아내는 시큰둥했고, 아내는 같이 있자고 하는데 저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이제는 알았습니다. 사랑은 내 방식이 아니라 상대의 방식으로 전해야 한다는 것을.

아내를 위해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을 마주칩니다. 저를 위해 아내는 작은 일에도 "고마워"라고 말합니다.

사랑의 언어를 번역하는 법을 배우니, 우리의 사랑이 비로소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변하는 사랑, 성장하는 사랑

"넌 예전 같지 않아."

"우리 사이가 식은 것 같아."

많은 연인들이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은 변하고, 관계도 변합니다. 문제는 변화 자체가 아니라,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입니다.

10년 전의 아내와 지금의 아내는 다른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것도, 꿈꾸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달라졌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배신이라고 느낍니다.

"약속했잖아, 변하지 않기로."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우리 계속 변하자. 더 나은 사람이 되자. 그리고 그 변화를 함께 지켜보자."

지금 아내는 10년 전보다 더 독립적이고, 더 당당하고, 더 지혜롭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보는 기쁨. 그것이 성장하는 사랑입니다.


일상의 사랑

"사랑해."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인지 기억나시나요?

결혼 초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했던 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뜸해집니다. 민망해서, 익숙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말하지 않으면 정말 알까요?

작년, 아내가 아팠을 때의 일입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아내가 물었습니다.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할 거야?"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사실은 기적이었다는 것을.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옆에 있는 사람이, 사실은 선물이었다는 것을.

그날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함께여서 고마워."

"당신이 있어 행복해."

"사랑해, 정말로."

오글거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민망해서 머뭇거리기보단 표현해서 얻는 것이 훨씬 더 큽니다.

어쩌면 식상한 말들이지만, 그 말속에 진심을 담으니 새로워집니다. 아내의 눈빛이 반짝이고, 미소가 깊어집니다.


부모의 사랑, 자녀의 사랑

부모가 되고 나서 알았습니다.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연인 간의 사랑이 선택적 사랑이라면,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 사랑입니다. 아이가 잘하든 못하든, 말을 듣든 안 듣든, 그저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무조건적 사랑도 표현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아빠가 다 알아서 해줄게."

이것은 사랑일까요, 아니면 통제일까요?

아이가 넘어졌을 때, 즉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사랑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사랑일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이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 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인지.

또한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고백도 그저 "사랑해"라는 표현보다, "사랑해 줘서 고마워"라는 표현도 좋습니다. 어쩌면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보다 자녀가 부모를 더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자녀도 봐야 하고 배우자인 서로를 봐야 하고 자신의 부모를 또 봐야 합니다. 하지만 자녀는 오롯이 부모만 바라봅니다. 그래서 더 고마운 겁니다. 마음이 분주한 날 사랑해 줘서.


이별도 사랑의 일부

모든 사랑이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대학 시절 사귄 첫사랑과 헤어졌을 때, 세상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영원을 약속했는데, 어떻게 이별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별도 사랑의 일부라는 것을. 함께할 수 없을 때 놓아주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을.

"가는 길 행복하기를."

이것이 이별할 때 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의 표현입니다. 내 곁이 아니더라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의 사랑입니다.


사랑은 동사다

"Love is a verb."

스티븐 코비의 말입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 느끼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것.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것. 퇴근길에 꽃을 사 오는 것. 힘든 날 그저 들어주는 것. 아프면 같이 병원에 가는 것.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는 것. 기념일을 챙기는 것. 미안할 때 먼저 사과하는 것. 고마울 때 표현하는 것.

이 모든 작은 행동들이 모여 사랑이 됩니다.

"사랑해"라는 말은 시작일 뿐입니다. 그 말을 증명하는 것은 매일의 선택과 행동입니다.


함께 늙어가는 연습

얼마 전,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를 봤습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구두끈을 묶어주고 있었습니다.

"허리가 아프신가 봐요?"

제 물음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답했습니다.

"60년을 함께 살았는데, 이제 내 일이 뭐고 저 사람 일이 뭔지 구분이 안 돼요. 그냥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저것이 사랑의 완성형이 아닐까. 너와 내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하나가 되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사랑은 젊음의 특권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열정은 줄어들지 몰라도, 신뢰는 깊어집니다. 설렘은 사라질지 몰라도, 편안함은 커집니다.

오늘도 우리는 함께 늙어가는 연습을 합니다. 서로의 주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연습을. 느려지는 걸음을 기다려주는 연습을. 반복되는 이야기를 새롭게 듣는 연습을.

그리고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속삭입니다.

"내일도 함께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랑의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