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갈등 상황에서

공격에서 대화로

by 강훈

월요일 아침의 상처

월요일 오전 회의. 동료가 제 의견을 무시하며 말했습니다.

"그건 현실성이 없는 얘기예요. 실무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모든 시선이 제게 쏠렸고,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짧은 순간,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분노, 수치심, 배신감.

머릿속에는 반격할 말들이 줄을 섰습니다. 그의 실패를 들춰낼 수도 있었고, 더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돌려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문득 그의 눈빛이 보였습니다. 공격적인 말과 달리, 그 눈빛에는 불안이 있었습니다. 아, 이 사람도 두려운 거구나. 자신의 자리를, 전문성을, 가치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구나.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서로에게 가시를 세울까

인간은 참 이상한 존재입니다. 가장 연결되고 싶어 하면서도, 가장 쉽게 서로를 밀어냅니다. 특히 불안할 때, 우리는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웁니다.

그 동료도 그랬을 것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신의 방식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변화가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공격이라는 가장 원시적인 방어를 선택한 것이겠죠.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제 의견이 무시당했다고 느꼈을 때, 첫 반응은 더 크게 반격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마치 상처받은 동물이 으르렁거리듯이.


20초의 기적

그날, 저는 20초를 세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독설을 삼키느라, 주먹을 쥔 손을 펴느라, 그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스무 번의 숫자를 세는 동안,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분노가 조금씩 가라앉았고, 그 자리를 다른 감정이 채웠습니다. 연민이었을까요? 아니면 이해였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제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습니다. 공격도, 방어도 아닌, 그저 인정.

회의실의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팽팽하던 긴장이 조금 느슨해졌고, 동료의 어깨도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진짜 대화를. 서로의 우려를 듣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모든 공격은 사실 도움 요청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날 동료의 공격적인 말은 사실 "나를 봐주세요. 내 경험도 가치 있어요"라는 외침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그렇지 않나요?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소속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 말하기는 너무 내 속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민망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공격이라는 뒤틀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겠죠.

아이가 관심받고 싶어서 떼를 쓰듯이. 연인이 사랑받고 싶어서 질투하듯이. 우리 모두가 연결되고 싶어서 오히려 밀어내듯이.


갈등이라는 선물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제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큰 갈등을 겪은 사람들입니다.

20년 지기 친구와는 사소한 오해와 자존심 때문에 1년간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퍼붓고, 절교를 선언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이전보다 더 깊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가장 못난 모습을 봤는데도, 아니 봤기 때문에, 더 진실한 관계가 된 것 같습니다.

아내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해 전, 이혼까지 생각했던 큰 싸움이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고, 이 사람과는 맞지 않는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그 갈등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름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지금 우리는 여전히 다르지만, 그 다름을 사랑합니다.

갈등은 관계의 실패가 아니라,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상처받을 용기

갈등을 건강하게 통과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상처받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방어벽을 내리고, 진짜 마음을 드러내고, "나는 이것 때문에 아팠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계속 겉만 맴돌게 됩니다.

작년, 오래된 선배와 충돌이 있었습니다. 저는 계속 논리로 맞섰고, 그는 권위로 눌렀습니다. 평행선이었죠. 그러다 어느 날, 지쳐서 그만 솔직해졌습니다.

"선배님, 사실 저는 인정받고 싶었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늘 부족하다고만 하시니까, 서운했어요."

예상외로 선배의 표정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나는 네가 잘하니까 더 잘하라고 한 건데... 내 표현이 서툴렀네 미안."

그 순간, 갈등이 이해로 바뀌었습니다.


함께 아파하는 것

진정한 화해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아팠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나도 아팠어." "너도 아팠구나." "우리 둘 다 힘들었네."

이런 상호 인정이 일어날 때, 비로소 갈등은 녹아내립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갈등이 생기면 이렇게 생각하려 합니다. 이 사람도 나처럼 불완전한 인간이구나. 나처럼 두려워하고, 나처럼 인정받고 싶어 하는구나. 그리고 지금 이 갈등 속에서 나만큼 힘들어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이기고 싶은 마음보다 함께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집니다.


평화는 갈등 너머에 있다

우리는 갈등을 피하면 평화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평화는 갈등을 통과한 후에 옵니다.

폭풍우를 견딘 나무가 더 단단해지듯이. 불을 통과한 금이 더 순수해지듯이. 갈등을 겪은 관계가 더 깊어지듯이.

물론 모든 갈등을 통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지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관계라면, 갈등을 피하지 말고 함께 통과해 보세요.

상처받을 수도 있습니다.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할 만큼 소중한 관계라면, 갈등 너머에서 더 깊은 연결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이 사람도 나처럼 상처받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이 갈등도 우리가 서로를 더 알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능하다면, 공격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우리 같이 이야기해 볼까?"

그것이 평화로 가는 첫걸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