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

by 강훈

가장 가까워서 가장 어려운

가장 편한 사람에게 가장 함부로 하게 됩니다.

낯선 사람에게는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히 말하면서, 가까운 사람에게는 "비켜"라고 퉁명스럽게 말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의 이야기는 경청하면서, 매일 보는 사람의 이야기는 건성으로 듣습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그들이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해도 곁에 있을 거라는, 그 안일한 확신 때문에.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도 상처받으면 멀어지고, 가장 든든한 관계도 무관심 속에서는 시들어갑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당연함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연인이 챙겨주는 것,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것, 친구가 들어주는 것, 배우자가 함께 있는 것.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더 이상 그 당연한 것들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깨달았어. 매일 저녁 차려주신 밥이 얼마나 특별한 선물이었는지. '밥 먹었니?'라는 그 짧은 안부가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 때는, 대부분 너무 늦은 후입니다.


익숙함이 만드는 침묵

오래된 연인들은 할 말이 없다고 합니다. 부모와 자식은 대화가 안 통한다고 합니다. 오래된 친구들은 만나도 각자 핸드폰만 본다고 합니다.

정말 할 말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말하는 법을 잊은 걸까요?

사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10년을 함께한 연인도 상대가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평생을 함께한 가족도 서로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매일 만나는 친구도 요즘 무엇 때문에 잠 못 드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 아내가 사용하는 카톡 이모티콘을 봤습니다. 아내의 취향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많았습니다. 제 기준에선 의외였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돌아봤습니다.

'내가 정말 아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구나.'

사소한 이모티콘부터 시작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르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결혼 18년 차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안다고 착각할 뿐, 정작 중요한 것은 묻지도 듣지도 않습니다.


혈연을 넘어선 가족

가족은 꼭 피로 연결된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인사하는 룸메이트, 힘들 때마다 찾는 멘토, 20년째 연락하는 친구, 함께 늙어가는 반려동물.

이들도 우리의 가족입니다. 때로는 혈연보다 더 깊은 이해와 위로를 주는.

중요한 것은 관계의 이름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입니다. 그리고 그 거리는 우리가 나누는 말과 침묵, 관심과 배려로 결정됩니다.


마지막 대화

만약 지금 이 순간이 그 사람과의 마지막이라면, 무슨 말을 하고 싶나요?

"사랑해" "고마웠어" "미안해" "행복해"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말들을 마지막 순간을 위해 아껴둘까요?

몇 년 전, 갑작스럽게 친구를 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다음에 봐"였습니다. 다음이 오지 않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헤어질 때마다 조금 더 정성스럽게 인사합니다.

"오늘 만나서 좋았어." "건강해." "사랑해."

마지막이 아니어도, 마지막처럼.


침묵도 대화다

가까운 사람과는 꼭 말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옆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것, 말없이 어깨를 토닥이는 것,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

이것도 충분한 대화입니다.

오히려 때로는 침묵이 백 마디 말보다 깊은 위로가 됩니다. '네 옆에 있어', '너를 이해해',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담은 침묵.

중요한 것은 그 침묵이 무관심이 아니라 배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면이 아니라 동행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해의 시간

가까운 사이일수록 화해가 어렵습니다. 서로 너무 잘 알아서, 약점도 아픔도 다 알아서, 상처 주기도 쉽고 용서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장 많이 상처받는 사람도, 가장 많이 상처 주는 사람도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증거입니다. 상처받을 만큼 기대하고, 상처 줄 만큼 편하게 느끼는.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과는 화해가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아까는 내가 너무했어." "나도 예민했어."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런 말들이 자연스러워질 때, 관계는 더 단단해집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마음속으로만 사랑하면, 상대는 모릅니다. 생각으로만 고마워하면, 상대는 모릅니다. 속으로만 미안해하면, 상대는 모릅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알아서 알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마음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말해야 합니다. 서툴러도, 쑥스러워도, 어색해도.

"네가 있어서 든든해." "오늘도 고마웠어." "많이 사랑해."

이런 표현들이 관계에 물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관계가 시들지 않고 계속 자랄 수 있습니다.


일상이 선물이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일상은 기적입니다.

함께 아침을 맞는 것, 같이 저녁을 먹는 것,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는 것,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 주말에 산책하는 것.

이 평범한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특별한 선물입니다.

언젠가 이 일상이 그리워질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 마음을 전해야 합니다.


오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오늘, 가장 가까운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언제 이렇게 늙었을까. 언제 이렇게 지쳤을까.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그리고 물어보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

진짜로 궁금해하며, 진짜로 들어주세요.

그리고 말해주세요.

"네가 있어서 좋아." "덕분에 행복해." "앞으로도 함께하자."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매일의 관심과 표현으로 가꿔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가장 깊이 연결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