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목표 설정과 작은 성취

점진적으로 성장하기

by 강훈

딸아, 네가 아빠에게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웠을 때가 기억이 나. 아빠처럼 피아노 치고 싶다고 정말 많이 얘기했잖아. 그리고 아빠는 아주 기초부터 알려줬지. 그리고 너에게 그 기초만 하라고 시켰지. 네가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아빠는 계속 기초만 하라고 했잖아. "언제쯤 아빠처럼 예쁘게 연주하는 것을 할 수 있어? 애드립은 언제 가능한 거야?" 네가 그렇게 물어봤을 때, 아빠는 반복해서 같은 말만 했지.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우리는 늘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해. 산 정상만 바라보다가 발밑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그런데 산을 오르는 건 한 걸음씩이야. 숨이 차면 쉬고, 다시 한 걸음. 그게 전부야.

아빠도 젊을 때는 5년 계획, 10년 계획을 세웠어. 거창했지.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정작 내 인생을 바꾼 건 그런 큰 계획들이 아니었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하루에 책 10페이지 읽기, 엄마와 너희들에게 "사랑해" 말하기.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아빠가 됐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가가 된 과정이 재미있어.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4시간씩 글을 썼대. 대작을 쓰려고 한 게 아니야. 그냥 매일 400자 원고지 10장. 그게 30년이 되니 노벨문학상 후보가 된 거야.


목표라는 게 때로는 감옥이 돼. "나는 의사가 되어야 해" "나는 성공해야 해" 이런 목표들이 오히려 우리를 짓누르지. 그런데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나아지자"는 어때? 부담스럽지 않잖아.

매일 영어 단어 100개씩 외우겠다고 했다가 대부분 3일 만에 포기해. 그런데 하루 3개씩으로 바꾸면 생각보다 더 오래 할 수 있어. 1년 정도 하면 어떨까? 1년이면 1,000개가 넘어. 100개씩 3일보다 3개씩 365일이 더 많아.


작은 성취의 힘을 아니? 그건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를 매일 쌓는 거야. 큰 성공은 증명하기 어렵지만, 작은 성취는 매일 증명할 수 있어. 그게 자신감의 벽돌이 돼.

아빠가 담배를 끊을 때도 그랬어. 엄마가 널 임신했다고 얘기했을 때 널 위해서 끊겠다고 다짐했어. 하지만 쉬운 과정은 아니었어. 성공하기 위해서 아빠의 목표는 "평생 안 피우겠다"가 아니라 "오늘 하루만 참자"였어. 그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어느새 17년이 됐어. 평생은 부담스럽지만 하루는 견딜 만하거든.


성장이라는 게 계단처럼 올라가는 게 아니야. 나선형이야. 같은 자리를 도는 것 같아도 조금씩 위로 올라가고 있는 거지. 네가 "난 계속 제자리인 것 같아"라고 할 때, 사실은 나선의 한 바퀴를 도는 중일 수도 있어.

엄마가 자주 하는 말 있잖아. "밥은 한 숟가락씩 먹는 거야." 인생도 그래. 한 번에 다 삼키려고 하면 체해. 천천히 씹어서 소화시켜야 내 것이 돼.


목표를 세울 때 이렇게 생각해 봐. "이걸 이루지 못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그 답이 "네"라면 좋은 목표야. 목표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도구여야지, 우리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면 안 돼.


작은 성취를 축하하는 법을 배워. 오늘 평소보다 10분 일찍 일어났어? 축하해. 어려운 책 한 페이지 읽었어? 대단해. 이런 작은 축하들이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어.

점진적 성장의 비밀은 '복리'야. 매일 1%씩 나아지면 1년 후엔 37배가 돼. 눈에 안 보이는 성장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거지. 대나무가 5년간 땅속에서 뿌리만 키우다가 6주 만에 30미터 자라는 것처럼.


딸아, 급하게 가지 마.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야. 숨 고르며 네 속도로 가. 옆 사람이 앞서간다고 조급해하지 마. 네 길은 네 것이고, 네 속도는 네 것이야.

오늘 네가 어제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갔다면, 그걸로 충분해. 그 한 걸음들이 모여서 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