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란 무엇인가
딸아, 네가 초등학교 때 단짝이었던 예린이, 지금은 연락도 안 하지? 그때는 “영원히 친구하자”고 약속했는데. 아빠도 그런 친구들이 많아. 영원을 약속했지만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런데 신기한 게 있어. 아빠 고등학교 친구 중 한 명, 20년 동안 연락 안 하다가 몇 해 전에 우연히 만났는데, 마치 어제 본 것처럼 편했어. 진짜 우정은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아. 20년의 공백이 10초처럼 느껴지는. 그리고 다시 연락하고 지내잖아.
친구라는 게 뭘까. 매일 붙어있는 사람? 비밀을 나누는 사람? 아빠는 이제 알 것 같아. 친구는 내가 침묵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
네가 “난 왜 베프가 없을까?”라고 했을 때, 어쩌면 미국에 이민 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야 해서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아빠 마음이 아팠어. 그런데 있잖아, 베스트 프렌드가 꼭 한 명일 필요는 없어. 어떤 친구는 웃을 때 필요하고, 어떤 친구는 울 때 필요해. 다 다른 역할이 있는 거야.
엄마의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 있잖아. 30년이 지났는데도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가. 나이 든 얼굴에서도 교복 입던 시절의 눈빛이 살아나. 우정은 그런 거야. 서로의 젊음을 기억해 주는 것.
진짜 친구를 알아보는 법이 있어. 네가 성공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람. 질투 없이 축하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생각보다 드물어. 실패했을 때 위로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그때 옆에 있어 주는 것은 정말 어려워.
아빠 친구 중에 사업 실패한 친구가 있어. 다들 멀어졌는데 두 명만 남았대. 그 두 명이 진짜였던 거지. 우정은 날씨가 좋을 때는 안 보여. 폭풍우가 쳐야 누가 진짜 우산인지 알게 돼.
네가 친구와 싸우고 와서 “난 걔랑 다시는 얘기 안 해”라고 할 때마다 아빠는 속으로 웃어. 다음 날이면 또 화해하고 놀거든. 그게 우정이야. 싸울 수 있고 화해할 수 있는 관계. 싸움을 겪고도 더 단단해지는 관계.
가끔 오래된 친구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 서로 너무 많이 알아서. 그런데 그게 또 위안이 돼. 내 못난 과거를 다 알면서도 여전히 날 친구라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친구는 거울 같아서, 내 모습을 비춰줘. 때로는 내가 모르던 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너는 그런 사람 아니야”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그게 친구야.
우정에도 거리가 필요해. 너무 가까우면 서로 상처 주고, 너무 멀면 잊혀져.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마음은 가까운 것. 그 균형이 어렵지만 그게 오래가는 비결이야.
아빠가 군대 동기들과 아직도 연락하는 이유를 알아? 그들과는 계급도 없고, 경쟁도 없어. 그냥 같이 고생한 사람들. 함께 힘든 시간을 겪은 사람들과는 특별한 끈이 생겨.
네가 “친구들이 변했어”라고 했을 때, 사실은 모두가 변하는 거야. 너도, 친구들도. 문제는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함께 변해가느냐야. 같은 방향일 필요는 없어. 다만 서로의 변화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거야.
진짜 친구는 조언하지 않아. 그냥 들어줘. “네가 뭘 하든 난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는 사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일단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우정의 가장 큰 선물은 ‘증인’이 되어주는 거야. 네 삶을 지켜봐 주는 사람. 네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자랐는지 아는 사람. 그런 증인이 있다는 것은 정말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야.
SNS 친구가 500명이어도 새벽 3시에 전화할 수 있는 친구는 몇이나 될까? 진정한 우정은 숫자가 아니라 깊이야. 인스타그램 ‘좋아요’보다 “괜찮아?“라고 물어봐 주는 한 명이 더 소중해.
언젠가 네가 어른이 되면 친구 만들기가 더 어려워질 거야.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거든. 그래서 학창 시절 친구가 특별한가 봐. 아무 계산 없이 그냥 좋아서 함께했던 사람들.
딸아, 우정은 사랑만큼 소중해. 때로는 가족보다 더 깊은 이해를 주기도 하고. 좋은 친구 한 명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네가 살면서 계속 느끼게 될 거야.
친구는 또 다른 가족이야. 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맺어진.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네 인생은 성공한 거야.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바로 네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