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관계
딸아, 네가 사춘기 때 “진짜 가족이 맞아? 왜 이렇게 다 달라?“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해. 맞아, 우리는 참 다르지. 엄마는 계획적인데 아빠는 즉흥적이고, 너는 조용한데 동생은 시끄럽고. 그런데 그게 가족이더라.
가족은 선택할 수 없는 관계라고 하잖아. 친구는 마음 맞는 사람을 고르지만, 가족은 그냥 주어져.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특별한가 봐.
아빠도 할머니와 많이 부딪쳤어. “왜 날 이해 못 하실까” 원망도 했지.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았어.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가족은 이해의 관계가 아니라 받아들임의 관계더라.
우리가 매일 저녁 식탁에 앉아 있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 그런데 각자 바쁜 와중에도 그 시간만은 지키려고 노력하잖아.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서로의 하루를 나누는 거야. 때로는 침묵도 함께 나누고.
가족이 뭔지 아니? 내가 가장 못난 모습을 보여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야. 네가 시험 망쳐서 울고 왔을 때, 우리가 뭐라고 했니? “괜찮아, 넌 그래도 우리 딸이야.” 조건 없는 자리, 그게 가족이야.
가족끼리 여행 갔다가 싸우기도 해. 다른 사람과의 여행보다 가족여행에서 오히려 더 많이 싸워. 다들 짜증 내고 서로 탓하고. 그런데 저녁에는 또 웃으며 밥 먹고,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도 하지. 가족은 싸워도 돌아올 곳이 정해진 사람들이야.
엄마와 아빠가 신혼 때는 둘이 가족이었어. 네가 태어나고 셋이 되고, 동생 태어나고 넷이 됐지. 가족은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자라는 거야. 각자도 자라고 관계도 자라고.
네가 “우리 집은 왜 이렇게 평범해?“라고 했을 때, 아빠는 오히려 고마웠어. 평범하게 매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특별한 사건 없이 그저 함께 늙어가는 것, 그게 가족의 기적이야.
가족은 때로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해. 서로의 아픔을 나눠지고, 책임을 함께 지니까. 그런데 그 무게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혼자였다면 무너졌을 순간들을 함께여서 견뎌내지.
아빠가 얼마 전에 아팠던 날 기억나? 온 가족이 응급실에 함께 있었지. 미국이란 낯선 곳에 살게 되면서 병원 가는 것 자체가 너무 겁나기도 했는데, 옆에서 통역도 해주고 지켜준 너에게 너무 고마웠어. 그리고 병원에 있는 동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어. 그냥 당연하게 일어나서 함께 갔어. 가족은 ‘당연함’으로 연결된 사람들이야.
엄마가 자주 하는 말 있잖아. “가족이니까.” 이 단순한 말 속에 모든 게 들어있어. 용서도, 이해도, 기다림도, 사랑도. 설명이 필요 없는 이유.
우리가 서로 다른 꿈을 꾸잖아. 네가 대학 가고, 직장 갖고, 결혼하면 더 멀어질 수도 있어. 그런데 명절이면 또 모이고, 특별한 날이 되면 모일 거야. 각자의 이야기를 들고. 가족은 흩어져도 다시 모이는 사람들이야.
가족사진 앨범 보면 웃음이 나. 다들 젊었고, 머리 스타일도 우습고. 그런데 그 어색한 사진들이 우리가 함께 걸어온 증거야. 못생겨도 예뻐도, 그게 우리 역사야.
딸아, 가족은 완벽하지 않아. 우리도 상처 주고받고, 오해하고, 서운해해.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야. 그게 가족의 의미 아닐까.
함께 성장한다는 건, 서로의 변화를 지켜봐 주는 거야. 네가 어른이 되어가는 걸 보는 것처럼, 너도 아빠가 늙어가는 걸 보겠지. 그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것, 그게 가족이야.
언젠가 네가 새로운 가족을 만들 거야. 그때도 기억해. 가족은 완성품이 아니라 매일 만들어가는 거라는 걸.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또 사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