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논두렁길이 있었다.
처음에는 풀이 무성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그 길로 다니면, 풀이 눌리고 흙이 단단해졌다. 그리고 점점 더 뚜렷한 길이 되었다.
나중에는 굳이 그 길로 가지 않아도 될 때도, 자연스럽게 그 길로 발이 향했다. 왜? 이미 길이 나 있으니까. 편하니까.
우리의 생각도 똑같다.
한 번 생각한 것은 다시 생각하기 쉽다. 두 번 생각한 것은 더 쉽다. 백 번, 천 번 생각한 것은? 자동이 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함께 발화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된다(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
도널드 헵(Donald Hebb)이라는 신경심리학자가 1949년에 발견한 원리다. 헵의 법칙(Hebb's Law)이라고 부른다.
무슨 뜻일까?
뇌는 약 860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뉴런은 다른 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뉴런이 수천 개의 다른 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상상이 가는가? 엄청난 네트워크다.
생각이 일어날 때, 특정 뉴런들이 연쇄적으로 발화한다. 전기 신호가 쭉 이어진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들이 차례로 켜지는 것처럼.
"나는 부족해"라는 생각을 할 때, 특정 뉴런 A, B, C, D가 순서대로 발화한다.
한 번 발화하면? A, B, C, D 사이의 연결이 조금 강해진다.
두 번 발화하면? 연결이 더 강해진다.
백 번, 천 번 발화하면? 연결이 아주 강해진다. 마치 고속도로처럼.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A 뉴런이 발화하면, 자동으로 B, C, D가 연쇄적으로 발화한다. 당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당신이 원하지 않아도.
이것이 생각의 회로다.
민지는 늘 불안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뭔가 잘못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면 "실수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 시간에는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생각들이 자동으로 올라올까?
민지의 뇌에는 강력한 부정적 생각 회로가 있다. 수십 년간 반복해서 사용한 회로. 너무나 익숙해서, 이제는 자동으로 작동한다.
반면 수현은 달랐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뭐가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면 "오늘도 배울 게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 시간에는 "내 생각을 나눠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의 뇌에도 강력한 회로가 있다. 하지만 긍정적 생각 회로다. 이것도 수십 년간 반복해서 사용한 회로.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타고난 성격? 아니다. 뇌의 회로다. 어떤 회로를 반복해서 사용했느냐.
운동을 생각해 보자.
헬스장에 처음 가면 벤치프레스를 들기 힘들다. 근육이 약하니까. 하지만 매일 연습하면? 근육이 강해진다. 같은 무게가 가벼워진다.
생각도 똑같다.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처음 할 때는 어색하다. 믿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매일 반복하면? 그 회로가 강해진다.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나는 부족해"라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한 번 생각하면 그 회로가 조금 강해진다. 매일 생각하면? 그 회로가 고속도로가 된다.
신경과학자 노먼 도이지(Norman Doidge)는 이렇게 말했다.
"뇌는 당신이 사용하는 대로 변한다."
당신이 부정적 생각을 반복하면, 부정적 생각 회로가 강해진다. 당신이 긍정적 생각을 반복하면, 긍정적 생각 회로가 강해진다.
당신의 뇌는 당신이 훈련시키는 대로 반응한다.
여기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 회로는 약해진다.
논두렁길을 다시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그 길로 다니지 않으면? 풀이 다시 자란다. 길이 흐려진다. 나중에는 길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된다.
뇌도 똑같다.
자주 사용하는 회로는 강해지고, 사용하지 않는 회로는 약해진다. 이것을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라고 부른다.
뇌는 효율적이다. 쓸모없는 연결은 제거한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이것은 희망적인 소식이다.
당신이 부정적 생각 회로를 덜 사용하면? 그 회로가 약해진다. 동시에 긍정적 생각 회로를 자주 사용하면? 그 회로가 강해진다.
새로운 길을 내면서, 동시에 오래된 길을 버릴 수 있다.
"그럼 얼마나 반복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중적으로는 "21일이면 습관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 연구를 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필리파 랠리(Philippa Lally) 박사가 96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새로운 습관이 자동화되는 데 걸린 평균 시간은? 66일이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18일, 어떤 사람은 254일.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행동의 복잡도, 기존 습관과의 충돌, 개인의 동기 등 여러 요인이 있다.
그래서 정확한 날짜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것이다.
꾸준히 반복하면, 언젠가는 자동이 된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어색하고 힘들다. 하지만 계속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진다.
여기서 중요한 조언이 있다.
한꺼번에 모든 생각 회로를 바꾸려 하지 마라.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좋아, 이제부터 모든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야지!"
그리고 며칠 안 가서 포기한다. 왜?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했으니까.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특히 급격한 변화를. 한꺼번에 너무 많은 회로를 바꾸려 하면, 뇌는 저항한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하다.
한 번에 하나의 회로만 바꾸기.
가장 자주 반복되는 부정적 생각 하나를 선택한다. 그것만 집중적으로 바꾼다. 매일 의식적으로 다르게 생각한다.
한 달, 두 달... 그 회로가 약해지고 새로운 회로가 강해지면, 그때 다음 것으로 넘어간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민지는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오늘 뭔가 잘못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올라올 때마다, 의식적으로 멈추고 다시 생각했다. "오늘은 어떤 좋은 일이 있을까?"
어색했다. 억지스러웠다. 하지만 계속했다.
한 달이 지났다. 조금 덜 어색해졌다.
두 달이 지났다. 가끔은 자동으로 긍정적 생각이 올라왔다.
석 달이 지났다. "오늘은 어떤 좋은 일이 있을까?"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부정적 생각이 올라올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덜했다. 그리고 덜 강했다.
회로가 바뀌고 있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생각의 회로를 이해했다. 반복이 회로를 만들고, 반복이 회로를 강화한다.
하지만 단순히 반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떻게 반복하느냐도 중요하다.
다음 챕터에서, 우리는 생각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도구를 배울 것이다.
질문.
당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당신의 생각을 결정한다.
계속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