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세상은 차갑지만, 또 따뜻하기도 해

by 강훈

딸아,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이 긴 이야기를 쓰는 동안, 아빠도 많은 생각을 했어. 내가 50년 동안 살면서 배운 것들을 네게 전하려고 애썼는데, 막상 다 쓰고 나니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는 것 같아.


세상은 차가워. 우리가 Part 2에서 본 것처럼 불공평하고, 때로는 잔인하고, 노력이 배신당하기도 해.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정의가 패배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떠나가.

하지만 동시에 세상은 따뜻해. 모르는 사람이 떨어뜨린 지갑을 주워주고, 비 오는 날 우산을 같이 쓰고, 힘든 누군가를 위해 익명으로 커피값을 내는 사람들이 있어. 작은 친절들이 여전히 세상을 돌아가게 해.

네가 태어나던 날, 병원 복도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축하해 줬어. 네가 처음 학교 가던 날, 횡단보도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길 건널 때 조심해야 해”라고 했지. 세상은 차가우면서도 이렇게 따뜻한 순간들로 가득해.


아빠가 이 모든 이야기를 한 이유는, 네가 세상의 차가움에 상처받지 않길 바라서가 아니야. 상처받을 거야, 분명히.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서야.

겨울이 있어야 봄이 오듯, 차가움을 알아야 따뜻함의 가치를 알게 돼. 어둠을 경험해야 빛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고.

네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많은 순간들. 그중에는 차가운 것도, 따뜻한 것도 있을 거야. 중요한 건 네가 그 안에서 너만의 온도를 찾아가는 거야.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네 중심을 지키면서.


아빠가 50년 살면서 확신하게 된 게 하나 있어. 우리가 세상에 뿌린 따뜻함은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는 것. 당장은 아니어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그런 일들이 생각보다 우리 삶에, 우리 주변에 참 많아. 다 설명할 수는 없어도 너도 그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기쁘고 놀라게 될 거야.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네 주변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는 있어. 그리고 그 작은 따뜻함들이 모여서 결국 세상의 온도를 바꾸는 거야.


꼰대 같은 아빠가 이렇게 긴 잔소리를 늘어놓은 이유가 뭘까. 사랑하니까. 네가 이 차갑고도 따뜻한 세상에서 상처받되 무너지지 않고, 실망하되 희망을 잃지 않고, 설령 혼자인 상황에서도 외롭지 않기를 바라니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세상이 아무리 차가워도, 네 곁엔 항상 따뜻한 사람들이 있을 거야. 가족이, 친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소중한 사람들이.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가 항상 네 편이야.

네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길을 잃으면 함께 찾아주고, 울고 싶을 때 옆에 있어 줄 사람들이 있어. 그게 이 차가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야.


이제 네 차례야. 이 세상에 네 온기를 더하는 것. 네 방식대로, 네 속도로, 네 색깔로.

세상은 차갑지만, 또 따뜻하기도 해. 그리고 그 따뜻함 중 하나가 바로 너야.


2025년 가을, 늘 네 편인, 아빠가


P.S. 이 긴 편지를 다 읽어줘서 고마워. 사실 무엇보다 아빠도 쓰면서 많이 배웠어. 가르치려 했는데 오히려 배운 것 같아. 그게 부모가 되는 거구나 싶어. 사랑한다,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