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원칙 5 - 환경 설계

생각이 자라는 토양

by 강훈

물고기는 물을 모른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산다. 하지만 물을 의식하지 못한다. 물은 너무나 당연해서, 그것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우리도 그렇다.

우리는 환경 속에서 산다. 하지만 환경을 의식하지 못한다. 환경은 너무나 당연해서, 그것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조차 모른다.

하지만 환경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무엇을 보는가, 누구와 함께 있는가, 어떤 공간에 있는가.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생각을 만든다.

사회심리학자 쿠르트 레빈(Kurt Lewin)은 말했다. 행동은 개인과 환경의 함수라고. 당신이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환경이 방해하면 바꾸기 어렵다. 반대로 환경이 도와주면, 의지가 약해도 바뀔 수 있다.

생각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환경을 바꿔라.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

1971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놀라운 실험을 했다.

대학 지하실을 감옥처럼 꾸몄다. 그리고 정상적이고 건강한 대학생 24명을 모집했다. 동전 던지기로 절반은 교도관, 절반은 죄수로 무작위 배정했다.

실험은 2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일 만에 중단되었다.

왜? 환경이 사람을 너무 빠르게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점점 더 권위적이고 폭력적이 되었다.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점점 더 수동적이고 무기력해졌다. 며칠 사이에 정상적인 대학생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들의 성격이 바뀐 걸까? 아니다. 환경이 바뀐 것이다. 감옥이라는 환경, 교도관과 죄수라는 역할, 그 작은 지하실이라는 공간. 환경이 그들의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 생각이 행동을 바꿨다.

짐바르도는 결론 내렸다. "선한 사람도 나쁜 환경에 놓이면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

환경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한다. 당신의 의지보다, 당신의 성격보다, 환경이 더 강력하다.


보이는 것이 생각이 된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노벨상을 받은 연구에서 증명했다.

작은 환경의 변화가 행동을 크게 바꾼다고. 카페테리아에서 과일을 눈높이에 놓으면 과일 소비가 증가한다. 계단에 재미있는 문구를 써두면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환경은 선택을 설계한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책상 위에 무엇이 있는가. 스마트폰이 있다면, 당신은 계속 확인하게 된다. 책이 있다면, 당신은 책을 집게 된다.

당신의 침대 옆에 무엇이 있는가. 태블릿이 있다면, 당신은 잠들기 전에 영상을 본다. 책이 있다면, 당신은 책을 읽는다.

작은 차이. 하지만 매일 반복되면 큰 차이가 된다. 당신이 무엇을 보느냐가, 당신이 무엇을 하느냐를 결정한다.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하느냐가, 당신의 생각을 만든다.


디지털 환경의 힘

우리는 하루에 몇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는가.

연구에 따르면 평균 3~4시간. 어떤 사람은 6시간 이상.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깨어 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이다.

그 시간 동안 당신은 무엇을 보는가. 누구의 말을 듣는가. 어떤 생각을 접하는가.

SNS를 열면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비교가 시작된다.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뉴스를 보면 부정적인 사건들이 쏟아진다. 세상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이 커진다.

유튜브를 보면 자극적인 콘텐츠가 계속 추천된다. 시간이 흐른다. 무언가 하려던 것을 잊는다.

디지털 환경은 보이지 않지만 강력하다. 당신의 생각을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바꾼다.


관계라는 환경

심리학자 짐 론(Jim Rohn)은 말했다.

"당신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다."

당신이 누구와 함께 있는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그들은 어떤 말을 하는가.

비관적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당신도 비관적이 된다. 불평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당신도 불평하게 된다. 변명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당신도 변명하게 된다.

반대로 긍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당신도 긍정적이 된다. 도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당신도 도전하게 된다. 성장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당신도 성장하게 된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PART 1에서 배웠듯이, 우리의 뇌는 주변 사람들과 동기화된다. 거울 뉴런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관계는 환경이다. 그리고 환경은 생각을 만든다.


은영이의 작은 변화들

은영은 10년 넘게 우울했다. 매일이 똑같았다.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길로 퇴근하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 잠들었다.

상담사는 물었다. "환경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은영은 하나씩 시작했다.

출퇴근 길을 바꿨다. 10분 더 걸렸지만, 작은 공원을 지나가는 길로. 점심 장소를 바꿨다. 조금 먼 곳이었지만, 그 길에 작은 서점이 있었다. 침실을 재배치했다. 침대를 창문 쪽으로 옮기고, TV 리모컨 대신 책을 침대 옆에 놓았다. 주말엔 토요일 오전 2시간만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다른 나라로 떠난 것도, 직장을 그만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보는 것, 가는 곳, 하는 것을 조금씩 바꿨다.

3개월이 지났다. 은영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가끔 우울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출근길이 조금 덜 무거웠다. 공원을 지나가면서 계절이 바뀌는 게 보였다. 저녁이 조금 덜 공허했다. 책을 읽으니 뭔가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6개월이 지났다. 친구가 물었다. "너 뭔가 달라진 것 같아."

은영은 대답했다. "환경을 조금 바꿨어."

작은 변화였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니까 쌓였다. 환경이 조금씩 바뀌자,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물리적 공간의 힘

심리학자들은 발견했다. 물리적 공간이 생각에 영향을 준다고.

어두운 방에 있으면 우울해지기 쉽다. 밝은 방에 있으면 기분이 나아진다. 어질러진 공간에 있으면 생각도 어질러진다. 정리된 공간에 있으면 생각도 정리된다.

당신의 방은 어떤가. 당신의 책상은 어떤가.

산만한가.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도 산만할 것이다. 정돈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도 정돈될 것이다.

공간을 바꾸는 것. 이것은 단순히 정리정돈이 아니다. 이것은 생각의 토양을 바꾸는 것이다.


의도적 환경 구성

환경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환경을. 당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환경을.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원하는 생각은 무엇인가. 그 생각을 하게 만드는 환경은 어떤 것일까.

내가 원하는 행동은 무엇인가. 그 행동을 하게 만드는 환경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하나씩 바꿔보자. 책상 위의 물건 하나. 스마트폰의 앱 배치 하나. 자주 가는 장소 하나. 자주 만나는 사람 하나.

작은 변화. 하지만 매일 누적되면 큰 변화가 된다.

알아차렸다. 재해석했다. 질문을 바꿨다. 행동했다. 그리고 환경을 설계했다.

환경은 생각의 토양이다. 좋은 토양에서는 좋은 생각이 자란다. 나쁜 토양에서는 좋은 생각이 자라기 어렵다.

당신의 환경을 점검하라. 그리고 의도적으로 설계하라. 당신이 원하는 생각이 자랄 수 있도록.

다음 챕터에서, 우리는 마지막 두 가지 원칙을 배울 것이다. 반복과 자기 대화. 새로운 생각의 회로를 만들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을 바꾸는 것.

거의 다 왔다. 계속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