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10 - 비교를 멈추고 소명을 택하다

by 강훈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따르라.”(요한복음 21:22)


성장은 언제 가장 느려질까. 이상하게도 남의 속도를 볼 때이다. 베드로가 요한을 힐끗 보며 “주여,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사옵나이까” 물었을 때, 주님은 긴 설명을 하지 않았다. “너는 나를 따르라.” 비교의 시선을 소명으로 돌려세우는 한 문장. 성장의 방향은 그 자리에서 바로잡힌다.


우리는 숫자에 익숙하다. 조회수, 성적, 연봉, 몸무게. 숫자는 편리하지만, 금세 목자가 아니라 주인이 된다. 신앙의 언어로 말하면, 하나님 앞에서의 "나(코람 데오, coram Deo)"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타인의 시선 앞에서의 내가 전면에 선다. 그러면 길을 잃는다.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오늘의 충성” 대신, 남이 받은 몫을 부러워하거나 두려워한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견주는 경향, 곧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을 말했다. 이 비교는 동기를 주기도 하지만, 자주 마음을 쪼개 버린다. 위를 보면 열등감이, 아래를 보면 교만이 자란다. 철학자 알래스터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는 ‘실천(practice)’ 에는 안쪽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선(내재적 선)이 있고,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그리고 재물 같은 바깥의 선(외재적 선)은 그다음이라고 했다. 신앙도 같다. 칭찬과 성취는 비늘처럼 벗겨지는 것이고, 하나님과 동행하며 기도, 섬김, 정직 같은 안쪽의 선을 배우는 것이 남는다.


비교가 밀려올 때, 나는 두 가지를 기억하려 한다.

첫째, 하나님은 분량대로 일하게 하신다.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너희 각 사람에게 말하노니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롬 12:3).

누군가의 다섯 달란트는 내 두 달란트를 무너뜨리는 근거가 아니다. 주님은 맡긴 대로 물으신다.

둘째, 성령은 경쟁자가 아니라 위로자(파라클레토스, paraklētos)이다. 그분은 내게 “더 빨리”를 재촉하기보다 “바르게”를 속삭이신다. 바르게는 언제나 타인의 코스가 아니라 내가 받은 길을 뜻한다.

그래서 비교를 끊어 내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시선을 옮기는 것이다. 아침에 말씀 한 구절을 붙들고 “오늘 나의 순종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누구보다 잘하려 하기보다 어제의 나와 겨루는 방식으로 하루를 산다. 저녁에는 “내가 맡은 몫을 사랑으로 했는가”를 확인한다. 이것은 자기만족이 아니라 소명 점검이다. 주님이 주신 이름표로 자신을 부르는 훈련이다.


물론 흔들린다. 누군가의 급상승 소식 앞에서 마음이 주저앉기도 한다. 그럴 때는 베드로의 장면을 다시 연출한다. 마음속에서 주님이 내게만 하시는 그 한 마디를 듣는 것이다. “너는 나를 따르라.” 이 문장은 비교를 “중단”시키는 명령이 아니라 관계를 “복원”하는 부르심이다. 나를 성취의 무대에서 내려오게 하고, 제자의 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성장은 결국 정체성의 이야기다. 내가 누구인지 분명할수록, 남이 누구인지 덜 흔들린다. 나는 그분의 자녀이고, 택하신 백성이고, 작은 일을 맡은 청지기다. 이 정체성이 분명해질수록, 남의 속도는 참고 자료가 되고, 나의 소명은 하나의 길이 된다. 비유하자면, 많은 차선을 가진 고속도로에서 깜빡이로 옆 차선을 탐하는 버릇을 멈추고, 하나님이 주신 자기 차선을 꾸준히 달리는 것. 추월이 목적이 아니고, 완주가 목적이다.


오늘도 유혹은 이어질 것이다. “저 사람은?” “그 팀은?” “그 교회는?” 그때마다 짧게 기도한다. “주님, 제 눈을 다시 주님께 고정하게 하소서.” 그러면 마음의 포커스가 미세하게 돌아온다. 비교가 내 안의 에너지를 갉아먹을 때, 소명은 에너지를 다시 공급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남과 나를 재던 저울 위에서 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성장은 주님과 나 사이의 길 위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커진다는 사실을.


끝으로, 오늘의 작은 결심 하나. 남의 성공 소식을 들을 때 진심으로 축복하자. 축복은 비교의 독을 해독한다. 그리고 내 몫의 작은 일을 기쁨으로 하자. 기쁨은 소명을 기억하는 심장의 리듬이다. 비교가 멈춘 자리에서, 성장은 다시 주님을 향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