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목사 안수 반대는 정말 성경 때문일까?

성경이 증언하는 ‘여성 사도’의 계보

by 강훈

성경을 ‘지키기 위해’ 여성을 배제한다는 사람들에게 성경은 오히려 가장 곤혹스러운 거울이 된다. 그들이 전매특허처럼 내세우는 ‘성경대로’라는 원칙을 정직하게 적용하면, 성경의 곳곳마다 숨겨진 여성 리더들의 거침없는 행보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 성경을 수호한다며 성경을 모른 체 하는 모순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성경의 권위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이 수호하는 것은 성경의 ‘본질’이 아니라, 가부장제라는 시대적 필터를 통해 걸러진 ‘편집된 문자’ 일뿐이다. 복음의 시작을 알린 부활의 첫 증인이 여성이었고, 초기 교회의 개척과 확장을 주도한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은 그 사람들의 논리가 힘을 잃게 만든다. 성경을 지키기 위해 성경이 기록한 여성의 흔적들을 모른 체해야 하는 이 웃픈 형용모순은, 오늘날 일부 교회가 얼마나 지독한 자기기만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증거다.


- 번역의 편견을 뚫고 나온 직분의 실체

신약성경의 원문을 정직하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 리더들의 직분은 결코 부수적이지 않다. 뵈베(Phoebe)에게 부여된 ‘디아코노스(Diakonos)’는 남성 사역자들에게 쓰일 때 ‘집사’ 혹은 ‘사역자’라는 공식적 직함으로 번역되지만, 여성인 뵈베에게는 유독 ‘일꾼’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격하되곤 한다. 유니아(Junia)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그녀는 “사도들에게 존경히 여겨지는 자”로 기록되었으나, 후대 번역가들은 여성이 사도일 리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그녀의 이름을 남성형인 ‘유니아스’로 변형하기까지 했다. 구약의 드보라(Deborah) 역시 이스라엘의 최고 통치권자인 ‘사사’이자 ‘선지자’였다. 성경은 성별이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이 권위의 유일한 근거임을 도처에서 증언하고 있다.


- ‘의심의 해석학’과 평등한 제자직

신학자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Elisabeth Schüssler Fiorenza)는 그녀의 고전적 저작 <그녀를 기억하며(In Memory of Her)>에서 ‘의심의 해석학(Hermeneutics of Suspicion)’을 제안한다. 가부장적 편집 과정을 거치며 억압되고 파편화된 여성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오렌자에 따르면 초기 기독교 운동은 ‘평등한 제자직(Discipleship of Equals)’의 공동체였다. 바울의 서신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 동역자들이었던 브리스길라, 마리아, 유오디아, 순두게 등은 남성의 보조자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사회적 신분을 획득한 주체적인 리더들이었다. 여성 안수 금지는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라, 콘스탄티누스 이후 교회가 제도화되고 가부장적 로마 질서와 결탁하면서 만들어진 ‘역사적 퇴보’의 산물일 뿐이다.


- 당신은 어느 시대의 하나님을 믿는가

진정으로 성경을 믿는다면, 우리는 1세기의 문화적 한계가 아니라 그 한계를 뚫고 힘을 보여줬던 복음의 ‘파격’을 믿어야 한다. 성령은 성별을 가려 임하시지 않으며, 소명은 신체적 조건에 따라 부여되지 않는다. 여성의 입을 막는 것은 성경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지금도 여성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거역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낡은 문자의 창살을 부수고, 성경이 이미 오래전부터 호명해 온 수많은 ‘여성 사도’들의 이름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다. 당신의 신앙은 지금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남성이라는 성별이 주는 기득권을 지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