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지나간다

by 김라희

책장을 가만히 바라본다. 무수한 책들 그 속을 얼마나 깊게 다녀갔나 곰곰이 들여다본다. 눈도장만 찍고 넣어둔 책들이 많아 부끄러워진다. 오늘도 산 책은 어디까지 빠져들 수 있을까? 오월이 지나간다. 오가는 발걸음 몇 번이나 멈추고 활짝 핀 장미에 코를 파 묻었더라?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나무를 얼마나 올려봤지? 바람을 타고 부서지는지는 해의 반짝임에 눈맞춤하며 덩달아 반짝이던 저녁은 언제였더라? 오월이 지나간다.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가 사람이라던데 난 살고 있었던가? 살아졌던가? 더욱 푸르러지는 초록을 올려다본다. 깊게 읽기로 한다. 깊게 살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유월을 기다린다.



5월 31일,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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