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열어두고 바람 놀이하는 게 즐거운 요즘 딱 하나 성가시고 귀찮은 건 파리다. 커다란 파리가 바람을 타고 들어와 조용한 거실을 거침없이 날아다니면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요란스럽게 밖으로 내쫓고 나서야 다시 책상 앞으로 가 앉을 수 있다. 다행히 이곳 런던에는 파리가 많지 않아 여름에도 이런 시끌벅적함이 흔한 일은 아니다.
흐리고 무거운 공기가 하루종일인데 집 안은 후덥지근하여 문을 다 열어두고 여행 가방에 들어갈 물건을 하나 둘 고르는데 휘잉하고 귓가를 스치는 소리가 지나간다. 그 소리를 따라가니 거대한 파리 한 마리가 거실 구석 구석을 요란하게 날아다닌다. 섣불리 움직이면 낭패다. 가만히 앉아 그 파리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대부분은 들어왔던 길로 곱게 나가는데 이 녀석은 어쩐 일인지 움직임의 패턴을 종잡을 수가 없다.
마침 기다리던 수영복이 도착해 열어 뒀던 문을 다 닫고 입어 보려는데 느닷없이 화장실 어딘가에서 이 거대한 녀석이 툭 튀어나왔다. 안 되겠다 싶어 현관문까지 다 열어두고 이 파리를 내쫓으려는데 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다 그려봐도 그렇게나 빨리 눈치채지 못할 움직임으로 사라질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다.
온갖 상상이 들기 시작한다. 어디에 앉았다 들어왔을지 모르는 발로 옷장 속으로 들어가 기어다니면 어쩌지? 주방 구석으로 들어가 어느 접시에 앉았다 잠이 들면? 신발장으로 숨어들어 그 속에서 아늑하게 있다면? 차라리 눈앞에서 난리 법석을 치는 편이 속편 할 것 같다. 모르는 사이 나가버렸다면 다행이지만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으니 머릿속에서 작은 헬리콥터처럼 시끄럽게 날고 있는 이 파리는 어떻게 쫓아낼 수 있단 말인가? 파리가 유령처럼 사라져 버려 끔찍해져 버린 오후, 기다란 먼지떨이를 들고 집 안 구석구석을 찔러나 봐야겠다. 아, 상상! 사라진 파리보다 더 시끄러운 것.
5월 29일,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