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며
부스럭 소리에 잠에서 깨 시계를 확인한다. 새벽 3시가 좀 넘은 시간, 어쭙잖은 시간에 잠에서 깬 남편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자기야, 왜 일어났어?" "이상하게 잠에서 깨었네. 나 때문에 깬 거야?" 이렇게 오늘은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 다시 잠을 청하려 해도 쉽게 잠들 것 같지 않고, 책을 읽으려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커피를 한 잔 하며, 새벽 산책을 마음먹는다. 차가운 늦가을 바람에 감기라도 걸릴까 단단히 채비를 하고 남편과 길을 나섰다. 공기는 건조하고, 하늘은 검푸르며, 바람은 상쾌하다.
여기는 런던 남서쪽, 도심과는 다소 떨어진 자연으로 둘러싸인 동네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런던은 안개와 비로 습한 공기를 잔뜩 품고 있다. 그래서 오늘처럼 안개도 구름도 없이 맑고 건조한 새벽 하늘을 만날 수 있는건 행운이다. 공원 벤치에 앉아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본다. 검푸른 하늘에 별빛이 내린다. 언제였을까? 이렇게 오롯이 별빛을 올려다보며 시간을 보낸 게... 별 길을 읽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북두칠성, 금성 그리고 화성 아는 거라곤 이것밖에 없으니. 그저 이름 모를 그 빛을 마음에 담으며, 수억 년 전 우주에서 쏘아 보낸 빛이 지구에 닿아 나에게까지 머무르는 그 신비의 여정에 감동만 할 뿐이다.
글쓰기를 손에서 놓은 지 벌써 일주일이다. 지난 7월 1일 숭례문 학당에서 운영하는 백일 글쓰기를 마친 후 잠시 쉬어가자는 의미로 딱 일주일만 쉬자 했다. 그리고 어제 브런치에 작가 등록이 되어 축하한다는 이메일을 확인하고는 이제 다시 쓰는 사람으로 돌아갈 때가 왔구나 했다.
프로필 소개란에 고민 없이 매일 쓰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정의해 본다. 백일 동안 딱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을 마감시간 안에 글을 내어놓은 자신감 때문일까?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쓰는 일은 고되지만 참 즐겁다고 느꼈다. 정성스레 백일을 마치고 다음은 무엇을 해볼까 고민을 좀 했다. 다시 같은 장소에서 글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또 다른 플랫폼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글을 써볼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다 정성스러운 글이 가득인 브런치로 오기로 결정했다.
'laheestarlight' 별빛처럼 아름다운 글빛을 내어보자는 다짐이 담긴 주소를 만들어 두고는 첫 글은 무슨 이야기로 써 내려가지? 이틀째 고민 중이었다. 그러다 오늘, 새들이 울기도 전에 나선 산책길에 별빛을 올려다보며, 첫 글은 이것이어야 했구나 하는 반짝임으로 마음을 밝히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올봄부터 늦여름까지 엄마 병간호를 위해 서울에 있었다. 아마도 가장 어려운 시절이지 않았나 싶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고, 가족과 함께였지만 철저히 나 혼자이기도 한 시간을 보냈다. 고되고, 힘들고 무엇보다 외로웠다. 그렇게 5월, 6월을 지내고 나니 본능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백일 글쓰기를 찾아 충동적으로 등록을 하고는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과 함께 매일을 쓰기를 시작했다. 홀로 섬처럼 보내던 시간에 점점 누군가의 빛이 하나, 둘 닿는 것이 느껴진다. 저 멀리 어느 곳에 사는 숨결과 연결된 듯한 신비한 느낌으로 글 쓰는 손끝에 생기가 묻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우리에게 연결성은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라 생각한다. 손 끝에 묻어난 생기는 이 연결성이 느껴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마치 글쓰기가 보내주는 생명의 선물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쓰다 보면 누구에게든 닿아 무엇이든 나눌 수 있는 그 신비의 순간이 꼭 오게된다는 경험을 했다. 그 경험 덕분에 매일 쓸 수 있는 용기와 영감으로 충만한 하루가 거의 매일이었다. 내어 놓은 글이 읽히고, 댓글이 달리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며 꼬박 백일을 살아보니, 글 쓰는 일이란 살기 위해 꼭 필요한 행위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더욱 매일 쓰는 사람이 되어 보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 글이 어떤 이에게 가 닿을지, 얼마나 많은 숨결과 만날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쏟아내는 정성과 시간에 그 대답은 어떻게 돌아올까 의문도 가득이다. 하지만 이렇게 써 놓은 문장이 어느 순간 내 안에 녹아들어 정성스러운 일상을 꾸릴 수 있게 돕고, 브런치에 남겨 둔 문장과 생각은 언제라도 누군가와 만나 교감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며, 그런 그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삶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안다.
글쓰기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나를 살려냈고, 사람을 살려내는 특별한 성분, 연결성. 새벽하늘에 쏟아지던 별빛을 다시 떠올린다. 언제 누구에게라도 꼭 닿는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어둠을 한결같이 밝히는 별빛처럼, 이렇게 내어놓은 글은 꼭 어딘가, 누군가에게 닿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과 함께 'laheestarlight' 이 공간을 반짝이는 글빛으로 정성스레 빛내보자는 바램을 얹으며 첫 글을 마무리한다.
시작은 아름답다.
이제 laheestarlight을 매일 밝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