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지
엔데믹 이후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의 거품은 꺼졌다.
고객들은 더 똑똑해졌고 더 이상 TV광고를 보고 소비하지 않는다. 각자의 관심사는 더 파편화되었고 여러 플랫폼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다양성을 마주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모두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매스캠페인의 낭만은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지금의 브랜딩 활동들은 철학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을 동시에 품어야만 한다. 그런 브랜딩 활동이어야 지금의 시장에서 작동한다. 아니 적어도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이런 고민들이 없다면 브랜딩은 '남의 돈으로 예술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매스캠페인에 더 이상 낭만은 없다
지금의 지금의 대중에게 브랜딩은 어떤 의미일까?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보면 그 당시 유행하던 브랜드 필름들은 말 그대로 좋은 말과 멋진 이미지의 나열이었다. 그때는 그게 먹혔다. 나 역시 그런 것들을 보며 광고와 마케팅 일을 해야겠다는 꿈을 키웠다. 애플이 철학을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이유없이 드리프트턴을 하던 수많은 자동차광고들은 잊혀졌다. 브랜딩의 영원한 레퍼런스였던 애플도 이제는 그들의 철학을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다. 노이즈캔슬링, 생활방수, 배터리 수명...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Feature가 우선이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스타일은 그다음이다. 대중들이 브랜드(또는 기업에) 기대하는 것도 어쩌면 딱 그만큼 일지 모른다. 철학과 비전을 전달하기엔 소비자로서 우리의 인내심이 너무 짧아졌다.'출발, 비디오여행'의 영화 대 영화 코너 같은 요약들이 이제는 유튜브에 넘쳐난다. 어린 친구들은 드라마 조차도 유튜버들이 요약해주는 버전으로 본다고 한다. 충격적이다. 숏폼의 도파민 중독이란 단어를 농담처럼 던지는 우리들이다. '됐고, 그래서 뭐가 좋은데?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이 질문들에 빠르게 대답해 주는 것에만 대중은 아주 잠깐 눈과 귀를 기울일 뿐이다.
하나의 채널, 하나의 메시지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그.럼.에.도 그로스 마케팅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브랜딩의 영역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브랜드에 대해 개인이 갖는 정체성의 투영이다. 어떤 브랜드를 입는다는 것, 먹는다는 것, 사용한다는 것은 그 브랜드가 가진 철학이나 비전을 지지한다는 것,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대변하는 것 또는 누군가에게 꺼내보이지 않아도 그 브랜드의 방향을 공감한다는 것이다. 이 영역은 브랜딩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여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그 철학과 비전을 세상에 선 보일 기회조차 이제는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채널, 하나의 메시지는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지만 달라진 브랜드 캠페인의 미래는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AI 그리고 알고리즘의 출현으로 내가 보는 100만 유튜브 채널도 내 친구에게는 듣보잡 개인방송이 돼버렸다. 취향에 따라 OTT가 달라졌고 같은 플랫폼 안에서도 나를 안내하는 코-파일럿에 의해 우리는 각자의 취향에 더 몰두하게 된다. 디지털 세상을 벗어나도 마찬가지다. 현실 세계 역시 기존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성공 방정식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30에게 '평생직장'은 유물 같은 개념이 되었다. 의전, 법전의 등장과 함께 의사와 변호사 같은 한국 사회에서 특권을 약속받았던 명함조차 자영업의 경쟁 속으로 조금씩 밀려들어오고 있다. 야간진료, 주말진료는 물론 '공휴일도 진료합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무사, 회계사 등 역시 그 처지가 녹록지 않다.그 틈을 비집고 자라나는 것들은 기존에 없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직업과 삶의 다양성이다. 획일적이지 않은 사회에 획일화된 메시지는 그래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대중을 향하던 브랜드 캠페인은 더 좁아지고 뾰족해져야만 그제서야 해당하는 삶의 모습을 가진 군상들에게 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나의 목적성을 가진다고 해도 세부적인 설계의 변주를 통해 그것을 소비하는 티어 그룹과 그 메시지가 전달되는 TPO에 맞는 적절한 튜닝이 필요하다. 너무 똑똑해진 우리들은 그런 노력을 한 메시지와 아닌 것을 슬쩍 지나쳐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광고홍수 속에서 살아가며 본능적으로 내 시간을 지키기위해 강제학습 된 결과일 수도. 마케터들에게 브랜드캠페인을 한다는 것은 한 때 선망의 일이였지만 이제 그 거품은 꺼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브랜딩이 여전히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그로스 해킹을 하듯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