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진실, 그리고 선택
생각해보면, 이 질문만큼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물음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
자신이 배운 것, 자신이 느낀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이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직장인들은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성인은 나처럼 직장에서 월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겠지.”
그러나 통계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놀랍게도 근로소득이 주된 수입원인 사람은
단 37%에 불과하다.
나머지 63%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자영업, 자산소득 등으로 살아간다.
또, 내 주변을 돌아보면 친구 대부분이 의사다.
연락하는 친구, 대화하는 사람, 함께 일하는 동료들
전부 의료계에 있다.
그래서 지인 중 의사가 많은 걸 당연하다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의사지인은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멀고 희귀한 존재’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기 경험과 환경을
일반화하며 세상을 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허구적 합의 효과"라 부른다.
내가 아는 것이 곧 세상의 상식이요,
진실이라는 착각.
그러나 그 믿음은 종종 틀리기 마련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를 지배하는 많은 믿음들.
그중에서도 건강과 관련된 상식들에는 오해가 많다.
1. 매일 운동해야 건강하다?
꼭 그렇진 않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인은 주 150분 중강도 유산소 운동(혹은 75분 고강도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근력 운동이 권장된다.
매일 운동하지 않아도 충분히 건강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운동 습관이 더 중요하다.
2. 하루 세 끼가 필수다?
반드시 그렇진 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사 빈도보다
총 섭취 칼로리와 영양의 질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아침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도
사실은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간헐적 단식 역시 일부에게는 체중 조절과 대사 건강에 도움이 된다.
3. 8시간 수면이 정답이다?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6시간이면 충분하고,
또 다른 이는 9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수면의 양보다
수면의 질과 개인에 맞는 수면 습관이다.
그 외 몇가지 더 찾아보자.
우리가 흔히 믿는 ‘오해’들
'비타민 C는 감기를 예방한다?'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C는 감기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꾸준히 섭취하면 감기 증상 지속 기간을 약간 줄일 수 있다.
'저녁에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
이것 역시 잘못된 상식이다.
체중 증가의 주된 원인은 하루 동안 소비한 총 칼로리 양이다.
밤에 음식을 멋는 것 자체가 체중 증가를 유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다.
'콜레스테롤 높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이 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중 톨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심장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식이 콜레스테롤은 현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트랜스 지방과 포화지방이 혈중 수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감기에 걸리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에만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감기에는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
항생제 남용은 내성을 초래할 뿐,
감기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사례는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내가 믿는 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
우리의 믿음은 경험에서 비롯되지만,
그 경험은 늘 제한적이다.
사람은 자신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며,
그 필터는 무의식중에 편견을 만들고 왜곡을 낳는다.
나는 의료 분야에선 전문가지만,
다른 영역에선 누구보다 쉽게 속고 오해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짜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겸손. 그리고 비판적 사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때론 다시 배우고 수정할 줄 아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첫걸음이다.
믿음은 진실이 아니라, 선택이다.
우리는 종종 ‘믿음’을 진실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늘 질문과 탐구 속에서만 드러난다.
믿음은 선택이고,
그 선택이 우리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진실을 선택할 용기,
그것이 우리 삶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오늘 하루, 내가 굳게 믿고 있는 것 중 하나를 의심해 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하자.
“이 믿음은 진실일까,
아니면 내가 편한 대로 믿고 싶은 걸까?”
바로 그 순간, 당신은 더 지혜로운 하루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견, 믿음, 행동이 대다수 사람들과 일치한다고 잘못 믿는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