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바람(번외편)

by 닥터추박사

당신에게도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나요?
내게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바람이 생겼습니다.


사람마다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마음 깊은 곳에 숨겨놓은,
누군가에겐 말 못 할 소원,

또 누군가에겐 매일 되뇌는 기도가 있겠죠.


아이를 품은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바람 하나쯤은 있습니다.
“아이만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너무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그게 세상에서 가장 큰 바람입니다.


이번엔 저 역시 그 간절함을 가슴 깊이 품게 됐습니다.
그저 마음속 작은 소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첫째 사랑이도, 둘째 똑똑이도
큰 탈 없이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셋째도 당연히 그렇게 올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늘 ‘당연함’을 시험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단련시킵니다.


활짝이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텅’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상적으로 하나만 있어야 할 상대정맥이 두 개라는 말.
심장벽이 두껍고, 심장 주변에 물이 차 있다는 말.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마음 깊은 곳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의사인 내가 들어도 무거운 소견들.
하지만 이번엔 의사보다 아빠로서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병원에서 정밀 초음파를 두 번이나 봤습니다.
“큰 이상은 없어 보입니다.”라는 말에 숨은 돌렸지만,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잠깐 멈춘 타이머처럼,

언제든 다시 울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결국, 마지막 산전 검사에서
“심장에 다시 이상이 보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으로 전원.
신생아 중환자실 예약.
유도 분만 일정까지 잡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머릿속은 하얘지고,
마음은 조용히 무너졌습니다.



세브란스 초음파실.
한 시간이 넘는 초음파 검사.
화면에 작게 보이는 심장.
그리고 조심스럽게 건네는 교수님의 말.


“양수는 과다하고,
우심실 벽이 두껍고,
복벽과 직장도 두꺼워졌습니다.
중복 신장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제네틱 신드롬이라는 단어.
그 단어 하나에 모든 공기가 멈춘 것 같았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태어난 후에야 가능합니다.”


그 말이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그렇게 활짝이의 출산 장소는
우리 집 근처의 작고 아늑한 병원이 아니라,
신생아 중환자실이 딸린 대학병원이 되었다.


활짝이는 아직 2.4kg.
작고 여린 몸.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생명의 무게는,
지금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 단단하고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아내와 저는 지금
그 작고 귀한 생명이
건강하게 우리 곁에 와줄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저, 간절히.
그리고 아주 작고 조용한 기도를 매일 드립니다.



간절함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위태로워졌을 때 비로소 진짜 얼굴을 드러냅니다.


나는 감사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주는 두 아이,
든든한 아내,
기꺼이 함께해 주시는 장모님까지.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당연함’으로 여겼던 건 아니었을까.
이번 일을 겪으며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요즘 밤마다 배 위에 손을 얹고
활짝이에게 말을 겁니다.


“활짝아, 엄마 아빠가 널 얼마나 기다리는지 알지?”
“넌 이미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야.”


답은 없지만,
가끔 살짝 움직이는 배의 반응에
그 작고 따뜻한 존재가 나를 안심시켜 줍니다.


발길질 하나에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
그 말을 듣는 것 같거든요.



셋째 임신은 우리 가족에게
계획 밖의 선물이자,
예상 밖의 도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불안과 고단함 속에서도
우리는 세 아이의 웃음과 생명력을 통해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무언가 간절히 바라고 있나요?

그 바람이 무엇이든,
그 마음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지금 그 간절함은
당신이 얼마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https://blog.naver.com/lain1004lain/223571776609

(셋째 활짝이를 낳기 직전 내가 쓴 글이다. 그 때의 감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원문도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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