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설렘, 보고 싶은 그녀 기다리며

by 닥터추박사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하물며 그 누군가가
열 달 동안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자라난 존재라면,
그 기다림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진짜 '간절한 설렘'이 된다.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지만
이미 우리는 매일 그녀를 느끼며 살아왔다.


매일의 일상 속 기대감을 심어주고,

설렘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준 그녀.


태동 하나에 웃고,
진통 하나에 조마조마하며,
아내의 숨결과 함께,
그녀의 존재를 조용히,

그러나 진심으로 껴안아 왔다.


우리는 벌써 두 아이의 부모이기에
셋째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조금은 여유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처음보다 더 떨리고, 더 간절했다.


사랑이는 우리의 첫 시작이었고,
똑똑이는 ‘부모로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면,
활짝이는....

우리 가족의 따뜻한 완성이었다.


그녀가 오면서,

비로소 우리 집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그리고 단단히 닫혔다.


20주쯤 되었을 때,

그녀의 심장이 조금 약하다는 말을 들었다.


의사 선생님의 차분한 설명,

흑백의 초음파 화면,

그리고 짧지만 무거운 소견서.


그 모든 것들이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 위에
작은 균열을 냈다.


잠시지만, 정말 잠시지만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건 ‘두려움’이 아니라 ‘믿음’이었다.


"괜찮을 거야. 우린 함께니까."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고,

그녀가 보여주는 작은 희망의 신호에

하루하루를 더 정성스럽게 쌓아갔다.


두 번의 정밀 초음파,
그리고 마지막 산전 검사.


상태가 나빠졌다는 말에
또 한 번 가슴이 철렁였지만,

우리는 눈을 마주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 활짝이, 분명 잘 이겨낼 거야.

그냥 우리가 빨리 보고 싶어,

조금 일찍 세상에 나오려는 것일 뿐.”


지금 이 상황도 곧 지나가리라,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오늘,

그녀를 만날지도 모르는 이 날.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떴지만

세상이 다르게 느껴졌다.


창밖의 바람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모든 게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왔다.


짐을 챙기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
차 안의 고요함은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설렘과 긴장,
희망과 걱정,
그 모든 감정들이 동시에 출렁이는
묘한 침묵 속에서
나는 문득,
그녀의 첫 울음소리를 상상했다.


분만실에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나는 속으로 끊임없이 바랐다.


“부디 건강하게만 와줘. 무사히, 그리고 힘차게.”


아내는 수축제인 옥시토신을 맞기 시작했고
나는 그 옆에서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릴 뿐이었다.


간호사들이 오가고,
모니터의 숫자가 오르내리고,
아내는 숨을 고르고,
나는 그 옆에서 계속 손을 쥐어주었다.


그 순간, 시간은 느려졌다.
모든 감각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녀가 태어나는 그 찰나를
나는 얼마나 오래 꿈꿔왔던가.


작은 얼굴,
조그마한 손가락,
따뜻한 체온,
그리고 그 첫 번째 울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아마 세상의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다.


그 한순간을 위해,
우리는 열 달을 준비했고,
평생을 기다릴 마음도 준비되었다.


사실, 무섭기도 하다.
그녀의 심장은 잘 뛰고 있을까?

혹시 다른 문제는 없을까?


이 작고 연약한 아이가
세상의 첫걸음을 무사히 내디딜 수 있을까?


하지만 두려움 너머에 있는 그 설렘.
그것이 지금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설렘은,
간절할수록 더 빛나는 법이다.


보고 싶은 그녀를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활짝아, 우린 너를 사랑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직 널 만나지 못했지만
우린 이미 너의 부모야.”


그녀가 세상에 오는 그 날,
우리 가족은 다시 태어난다.


이 기다림은

단지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이건,

한 생명을 향한 가장 따뜻한 환영이고,

어떤 조건도 없이 너를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첫 페이지다.


활짝아,
우린 너를 오래 기다렸고,
너를 깊이 사랑하고,
너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러니 부디,
힘차게 울면서
세상에 인사해줘.


“활짝 웃으며, 활짝 피어나길.”


그리고 우리는,
너를 품에 안는 그 날을
간절히, 간절히 기다리고 있단다.


설렘 가득한 이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아름다운 설렘의 순간이다.



https://blog.naver.com/lain1004lain/223577574612

(셋째 활짝이를 낳기 직전 내가 쓴 글이다. 그 때의 감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원문도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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