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 만난 고양이
언젠가 어딘가에서 들은적이 있다. 고양이가 인간을 피하는 유일한 도시가 바로 서울이라고. 신문이나 뉴스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관련 사건 사고를 보면, 딱히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저 얘기는 사실일 수 밖에 없다.
사람조차 살아가기 뻑뻑한 이 척박한 도시에서 개를 제외하면 공존이 가능한 유일한 생물이 바로 고양이거늘 우리의 도시는 이들과의 공생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애묘인들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묘권(?)에 대한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지만 분명 나의 어린시절 기억 속 고양이들은 대부분 '도둑'이라는 접두사를 앞에 붙이고 다니며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어두운 곳으로 자꾸만 피해다녔다.
그에 반해 유럽의 고양이들은 일찌감치 사람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반대가 맞는 말이겠지만..여러가지 부러운게 많은 유럽이지만 나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와 몸을 부비적 거리는 고양이를 보면 너무나 부러운게 또 유럽이다.
동화속 마을 할슈타트에 갔을때 저녁을 먹고 한 밤중에 마을 산책을 나섰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누런 고양이 한 마리가 겁도?없이 나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자기 몸을 다리에 부비적 거리기 시작한다.
한국의 고양이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에 놀라워하며 등을 쓰다듬었는데도 무서워하는 기색은 커녕 아응아응 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그리고 이내 원했던 사람의 손길을 다 얻어냈는지 나의 계속된 구애를 뿌리치고 도도하게 먼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도도한 녀석..
사진 속 고양이는 2009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에서 만났다. 남들이 다 가는 그런 뻔한 곳이 싫어서 일부러 한적한 바닷길을 걷고 있는데 난데 없이 창틀에서 고양이가 얼굴을 내밀더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때다 싶어 카메라로 그 순간을 담아냈고, 덕분에 묘한 표정이 잘 살린 고양이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이녀석도 유럽산이라고, 내가 다가가도 도망가질 않았다. 이후, 녀석의 등을 쓰담쓰담했는데도 얌전히 네 발 모으고 가만히 있었다. 양손이 자유롭지 못해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흔하디 흔한 유럽의 길고양이었지만 누군가의 사랑을 잔득 받아 사람의 손길이 무섭지 않은 모양새였다.
우리는 언제쯤 고양이가 사람의 손길을 피하지 않게 될까..
words by la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