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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Nov 25. 2015

그야말로 지상낙원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종종 '살고싶은' 나라가 있고 '살고싶을 정도는 아닌' 나라가 있다. 전자의 경우 여행자의 시각으로 바라봐도 혹은 현지인의 시각으로 바라봐도 좋은 곳이고 후자의 경우는 여행가서 시간을 보내기는 좋지만 막상 가서 살라고 하면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곳일 거다. 


범위를 조금 더 좁히면 살고싶은 도시 혹은 마을이 있을 것이고 여기서 좀 더 좁히면 살고싶은 집을 마주하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 대부분 그림같은 자연 풍경속에 포옥 파묻힌 집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곤 한다. 이런 집들 대부분 스위스에서 마주친 것 같다.



스위스 여행을 갔을때 산들의 여왕 리기산을 간 적이 있다. 산악열차를 타고 (열차가) 힘껏 올라갈때 창밖 자연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 비탈길에 지어진 집을 발견했다. 전망 무엇? 위치선정 무엇? 이런 곳에 살면 항상 아침마다 리기산의 풍경을 마주하며 일어나는건가?


마트가서 장보기 힘들거야. 출퇴근하기 힘들거야. 학교가기 힘들거야. 여긴 슥배송도 마켓컬리도 없어. 등으로 애써 정신승리를 하려 노력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저런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걸까? 저기에 집을 지을 수 있는 허가는 어떻게 받은걸까? 직업은 무엇일까? 차는 도대체 뭘 타야 이런 곳까지 거침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거지? 별별 생각이 다드는 사이 열차는 리기산 정상으로 나를 끌고 갔다. 



그린델발트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호텔 테라스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아이거 북벽 앞에 옹기종기 모인 가옥들. 저 중 어느 하나만 골라잡아도 천국같은 풍경 속에서 정말 맘 착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많은 유럽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살고싶은'집 중 최고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에서 마주쳤다. 할슈타트는 동화속 마을을 재현해놓은 것 처럼 작고 아기자기하며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이 품고 있는 호수는 보트를 타고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유유히 노닐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도보로는 닿지 못하는 곳에서 예기치 못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사진 속 풍경과 마주쳤을 때

나는 저 의자에 앉게 될 그 누군가를 너무나도 부러워했다. 말도 안 되는 할슈타트의 풍경을 원하면 하루 종일 볼 수 있겠구나. 저렇게나 편한 자세에서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잠이 든다면 그야말로 지상낙원 아닐까 생각했다. 



집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생각했을때, 거주 환경이 혹은 주변 풍경이 그러하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인성이 달라질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게된다면 정말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니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여기도 역시 사람사는 곳이라 또 여행자의 눈이 아닌 이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치열하고 하루하루 삶을 살고 있을까..유유자적 보트는 호수 위를 흘렀고 내 머릿속엔 잠시 서울에서의 삶이 떠올랐다. 하루하루 여유없이 빠르게 흐르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성냥갑 같은 아파트 속에서 답답하게 살아가는 모습들..


그래도 어디서 살든 찰나의 순간 행복을 놓치지 말아야겠지




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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