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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09. 2017

잔득 억울한 새, 퍼핀을 보러가자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일주


사람의 인상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분명 마동석님 웃고 계시는 사진인데 뭔가 무서워보인다. 평소 영화속 이미지가 투영된 것도 있겠지만 타고난 인상도 무시하지 못한다. 동물의 세계에도 이와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퍼핀(puffin)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코뿔바다오리다. (영어로 puffin은 바다오리라는 뜻이다) 



무언가 이유없이 억울하고 불쌍하게 생긴듯한 이 새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퍼핀 브라우저'라는 스마트폰 용 앱을 통해 접하기도 했다. 퍼핀 브라우저..굉장히 오랫만에 듣는 이름이다. 스마트폰 초기만 해도 매우 잘 활용했지만 최적화에 실패한 듯 구동이 답답하여 점점 손이 가지 않았던 비운의 앱이다.  개발자는 왜 브라우저의 이름과 마스코트를 퍼핀으로 했던걸까? 뭔가 억울한 것이 있었을까?


갑자기 사람의 인상과 퍼핀에 대해 얘기를 꺼낸 것은, 바로 오늘 소개할 곳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획했을 때 버킷 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퍼핀 관찰'이었다. 퍼핀, 그 중에서도 대서양 퍼핀(Atlantic puffin)은 그 개체의 약 60%가 아이슬란드에 서식한다. 북부에는 그림세이 섬, 남부에는 디르홀레이나 헤이마에이 섬, 서부지역에서는 스나이펠스네스 반도 등이 서식지다. 


하지만 위 서식지들은 아이슬란드 여행 동선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퍼핀은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동부 아이슬란드 에이일 스타디르에 머물 때, 이곳과 가까운 곳에 퍼핀 서식지가 있다는 정보를 인포센터에서 기적적으로 듣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94번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붙어 있는 작은 섬과 같은 곳, "Borgarfjarðarhöfn" 이다. 



아이슬란드 전체를 두고 봤을 때 동부 약 2시 방향에 있는 보일듯 말듯한 작은 반도 지형이다. 구글 맵에 검색할 때는 "Borgarfjarðarhöfn, Iceland" 라는 검색어를 이용하자. 도착하면 나름 간이 주차장이 있다. 하지만 별다른 안내표지판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지나치기 쉽다. 대부분의 아이슬란드 여행지가 이렇다. 쿨내가 진동한다. '볼거면 보고 말거면 말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반도지형의 언덕에 가까이 다가가면 뭔가 새들이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더욱 가까이 다가가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퍼핀이 보인다. 반신반의 하며 찾아온 곳인데 실제로 보다니 이 때 만큼은 정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전체적인 풍경이 보인다. 왼편에는 운전해서 온 94번 도로가 보이고 작은 항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곳의 모습이 보인다.



언덕을 다 오르면 바다 위에도 엄청 떠있는 퍼핀이 보인다. 왜이렇게 많아ㄷㄷㄷㄷ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예상도 못했다. 다른 관광지에선 퍼핀 한 두 마리 보는게 하늘의 별따기라더니 역시 서식지는 서식지인가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절벽쪽으로 가면 더 어마어마한 양의 퍼핀 무리가 있다. 손에 잡힐듯 안잡힐듯 눈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퍼핀을 볼 수 있다니!!



절벽에 있는 아이들은 가끔 퍼드덕퍼드덕 날개짓하며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하지만 준비만 하는 녀석들도 있다(...) 무거운 몸짓에 퍼덕퍼덕 날개짓을 하는 것이 꽤나 귀엽다. 실제로 하늘을 날 때도 뭔가 불안정하게 뒤뚱뒤뚱 날으는 것 같다. 하늘을 나는 펭귄 같기도 하고..


아이슬란드 동부의 퍼핀 서식지 Borgarfjarðarhöfn는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다. 사람들이 편히 잘 걸으라고

나무 데크로 만들어놨고 퍼핀 근처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난간도 세워두었다. 이렇게 잘 꾸며놨는데 그 흔한 표지판이나 안내판도 새삼 없다니..



구글에서 이 곳을 검색하면 '조류 관찰 지역' 이라는 안내문이 뜬다. 실제로 이 곳엔 퍼핀 말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때문에 이들을 보려고 작은 손카메라를 든 관광객에서부터 엄청난 장비를 갖춘 전문가(같은 사람)들도 모여 든다.



아이슬란드의 퍼핀 서식지 중 접근성이 가장 좋다는 곳이 디르홀레이이인데, 내가 볼 땐 동부의 이 서식지가 훨씬 더 많은 수의 퍼핀을 손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팔자에도 없는 퍼핀을 여기서 실컷 본 것 같다. 나름 꼭대기에 올라가면 저런 구조물도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의자와 창문이 있어 추위와 바람을 피해 편하게 앉아서 퍼핀을 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다. 사람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 이 곳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서 여러 다양한 새들이 편히 머무는 것 같고. 주변을 둘러보면 굉장히 조용하고 작은 항구 느낌도 나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그리고..주차장에서 언덕을 봤을땐 그 크기가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여기 생각보다 꽤 크고 넓다. 구글에서 위성사진으로 보면 대략 이정도? 정박된 배의 크기와 저 지역?을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잠시 항구쪽으로 내려와본다. 맑은 물과 새하얀 배의 색 조화가 예쁘다. 사진으로는 잘 티가 안나는데

물이 참 맑고 색이 예쁘다. 실제로 어업을 하기는 할까? 싶을정도로 사람도 없고 고요했던 이 곳..반대방향 절벽에선 퍼핀이 아닌 조금 더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이라 아예 안들리겠지만 여기 있으면 진짜 별 새소리로 공간이 가득 찬다. 다소 시끄러울 정도로? 아이슬란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퍼핀은 꼭 봐야지!! 라고 다짐했는데 한 번의 실패 끝에 결국 진짜 쌩? 퍼핀을 무진장 많이 봐서 매우 유쾌했던 순간 신기했던 퍼핀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인근 마을에 잠시 차를 세웠다.



한적하고 예쁜 시골마을 느낌이랄까..여기 사는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퍼핀을 구경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예쁜 마을 풍경을 뒤로하고 그 다음 행선지인 데티포스로 가던 중..



어딘가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어서 이게 뭐지? 하고 잠시 차를 세우고 나도 내려봤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엄청난 풍경을 목격했다. 역시 아이슬란드는 뭐 그냥 내리는거다. 계획이고 뭐고..중간에 수정되는게 너무 많아.. 아무튼 그 엄청난 풍경과 데티포스는 다음 여행글에서 확인하자 : )


words by lainy

http://lainyday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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