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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05. 2019

2010 유럽 항공대란의 주인공

Iceland Erupts


아이슬란드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중간 환승지였던 헬싱키가 완충작용을 했다 하지만 아직 시차적 응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다. 간밤에 잠시 잠에서 깼는데 환한 풍경에 벌써 아침인가? 해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침 7시 혹은 저녁 7시쯤 되는 밝기였는데 새삼 백야라는 녀석은 잠들 때는 무척이나 성가신 존재였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밖으로 나온다. 여느 여행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눈앞에는 거대한 절벽이 있고 그 절벽 옆으로 레이니스 피아라, 뿔 모양의 기암괴석이 보인다. (이때만 해도 날씨가 이렇게 맑았거늘)


호텔에서 조금 걸어 나와 호텔 전경을 담아본다. 이렇게 멋진 곳에 호텔이 자리 잡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호텔 너머 언덕 위에는 vik마을을 상징하는 교회가 새빨간 지붕을 살포시 내밀고 있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셀랴란드 스포츠. 하지만 그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운전하다가 멋진 곳이 나와 잠시 길 옆에 세워놓고 구경했다.



사진으로는 감흥을 10%도 채 담아내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도시와 벗어난 곳이라면 링로드는 매우 한적해진다. 차가 다니지 않아 몇 분이고 서 있어도 될 정도. 곧게 쭉 뻗은 도로 한가운데 서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링로드가 예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인공미를 철저히 지양했기 때문 아닐까? 중앙선도 절제된 흰색을 쓰고 도로 양 옆으로 가드레일도 최소화시켜서 마치 대자연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만약 우리네 도로처럼 가드레일에 노란 중앙선에 간판에 별거별거 많았으면 이렇게 풍경이 예쁘진 않았을 거다.



Vik에서 2박을 하는 동안 이 길을 자주 드나들었다. 차를 잠시 세워두고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맘에 든 곳. 아이슬란드 여행은 필히 여유라는 것을 지참해야 한다. 비크 마을에서 빠져나올 때 볼 수 있는 이 언덕은 남들 눈에도 아름다워 보이는지 머무는 동안 수차례 다른 차들이 정차하곤 했다.



그리고 한 10여 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바로 포르발드세이리(porvaldseyri) 농장이다. 사실 목적을 갖고 방문한 곳은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관광버스니 뭐니 사람들이 뭉게뭉게 모여있길래 내렸다.



내려서 보니 이런 엄청난 것이 우뚝 솟아있다. 널따란 평야 위에 정말 뜬금없이.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정말 장엄하고 웅장하다. 그리고 그 위를 보면 비행기구름이 많은 걸 볼 수 있는데 뒤이어 나올 2010 유럽 항공대란의 원인이 될만하다. 이 주변이 항공기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구나..



사진을 확대해서 자세히 보면 위에서부터 굴러 떨어진 거대한 암석들이 많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집.. 아무래도 암석으로 인해 폐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슬란드를 운전하다 보면 저런 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돌들이 참 많이 있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그냥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 농장이 유명해진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단지 저 풍경 때문은 아니고.. 이곳은 정확히 얘기하면 GESTASOFA마을의 þorvaldseyri농장이며 바로 근처에 EYJAFJALLAJOKULL(뭐.. 한국어로 발음할 자신이 없다..)이 있다.


비크 마을에서 차로 대략 30분 정도 가면 나오는 마을이며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마을 뒤편으로 에.. 이야.. 에이야프얄라요쿨이 보인다.. 어우 발음 어려워..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평온해 보이는 이 마을이, 이 농장이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이 것. 2010년 유럽 항공대란을 초래한 화산 폭발이 바로 이곳에서 있었다. 사실 2010년도 유럽 항공대란은 나도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그때 당시엔 아이슬란드라는 국가가 내겐 매우 낯설어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 발음하기도 힘든 빙하지대.. 기억도 잘 나지 않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곳에 6년 뒤 내가 가게 되었다니 인생 참..



내가 언제 그랬냐?라는 듯 평온해 보이는 에이야.... 뭐시기 빙하(아이슬란드어 참 어렵다..) 여담이지만 당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폭발했을 때 전 세계 외신들이 보도를 했는데 나라마다 발음이 달랐다고 한다.



아무튼 방문할 생각조차 없었는데 정말 우연한 계기로 역사적인 장소? 에 가서 굉장히 뿌듯했다. 아이슬란드 여행 팁 중 하나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링로드를 가다가.. 뭔진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으면? 그냥 내려서 일단 같이 섞이자. 다 이유가 있다.


화산 폭발 지대를 지나 차를 타고 다시 셀랴란드 스포츠를 향해간다. 하지만 이런 멋진 풍경이 계속 펼쳐져 내 발목을 잡는다. 눈앞에는 광활한 대지와 살짝 오른 산 그리고 그 위를 살포시 덮은 안개.. 그리고 그 밑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 떼.. 그리고 바로 등 뒤로는 끝없이 펼쳐진 맑은 호수..



이렇게 링로드 중간중간에 차를 세워둘 공간이 있다. 주저 말고 내려서 구경하자.  아이슬란드 여행은 점을 찍는 게 아니라 선을 그리는 여행이니까


차에서 잠시 내려 신선놀음을 하다가.. 다시 운전대를 잡고 가는데 갑자기 정면에서 수십 마리의 말들이 다가와서 기겁 ㄷㄷ 다행히 주인이 있어서 말들을 링로드 밖으로 걷어? 냈다. 사진은.. 안전하게 정차를 한 뒤 운전석에서 찍은 것.


사파리도 아니고 바로 옆에서 말들이 휙휙 지나감 ㅋㅋ링로드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을 종종 겪는다. 염소가 튀어나오거나.. 양 떼가 나오거나.. 아니면 이렇게 말들이 튀 나오거나.. 당황하지 말고 살짝 빵빵 소리 내주면

알아서 링로드 밖으로 나가준다. 정말 자연과 하나 된, 자연 속에 동화된 링로드가 아닐 수 없다.



셀랴란드 스포츠에 가까워질 시점. 이름 없는 폭포 하나가 절벽 위에서 떨어진다. 이것만 봐도 진짜 멋진 풍경인데 바로 다음 글에 등장할 폭포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풍경을 보여주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시기 전에 좋아요와 댓글 부탁드려요 :D


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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