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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05. 2019

웅장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다

굴포스



게이시르에서 하늘 높이 솟구치는 신기한 간헐천을 구경했다면 이제는 굴포스에서 자연의 장엄함을 느껴보자. 굴포스는 게이시르에서 꽤나 가깝다. 여행지 사이의 운전거리가 때로는 4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하는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10분이라는 운전시간은 정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운전을..



굴포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내리려는데 멀리 뭔가 물안개 같은 것이 절벽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고 그 사이를 작은 무지개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몇 발자국 걸으니 바로 거대한 폭포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름하야 굴포스(Gullfoss)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아이슬란드어로 foss란 폭포를 뜻한다. 여기에 gull은 아이슬란드어로 황금을 일컬으니 말 그대로 황금의 폭포다. 



폭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폭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거대한 절벽 사이를 강이 흐르다가 갑자기 아래로 낙하한다. 자세히 보면 폭포가 2단계로 되어 있다. 저 위에 보이는 폭포는 잘근잘근 부서져 떨어지고 그다음 2단계 폭포가 바로 한 번에 우르르 쏟아져내린다. 그리고 워낙 많은 양이 물이 아래로 떨어지며 물안개를 퍼뜨려 해가 뜨는 날이면 물안개가 멋지게 형성된다. 이렇게 선명하고 멋진 무지개는 평생 처음 봤다.


폭포 한쪽에 폭포에 다가갈 수 있는 좁은 길이 있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폭포를 구경할 땐 방수가 되는 재킷을 챙겨가면 좋다. 엄청난 양의 물이 물보라를 튀기며 떨어지기 때문에 가까이 가면 거의 비 맞는 수준으로 젖어버린다.


에이 설마..? 당해봐야 알겠는가!! 



폭포에 가까워졌다. 아랫단계 폭포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정말 콰과과과과과라는 만화에서나 어울릴법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아래로 떨어지면서 엄청난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우측에 보이는가! 저 물보라가!!


정말 엄청난 양의 물이.. 눈앞에서 와르르 쏟아졌다가 아득한 저 아래로 사라져 간다.. 보고 있노라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철학적 물음에 접근한다. 물보라는 저 위에 보이는 절벽 위로까지 넘어가고.. 작열하는 태양이 굴포스와 여행객들을 비추고 있다.



윗단계 폭포에 도착했다. 아래에 있는 폭포보다 장엄함은 덜하지만 볼록볼록 잘게 잘게 쪼개지는 모습이 또한 넋을 강물에 흘러버리게 만든다.  저 많은 물든 어디서 흘러오고 또다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이러한 흐름 속에 나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한참을 여기저기 자리를 옮기며 굴포스를 바라보다가 우측 상단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매일같이 거대한 물보라를 맞은 덕분인지 폭포의 오른쪽은 뭔가 습생식물? 이끼? 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고 길은 축축하게 젖어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굴포스까지 내려오는 길이 만만찮게 길고 경사도 좀 있다.. 여기에 물벼락까지. 고생 많다. 나 자신이. 굴포스 하나 보려고.


가까스로 굴포스에서 위로 기어 올라왔는 데다 시 한 번 난관에 부닥친다. 또다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것. 자연은 점점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하지만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했던가 막상 올라와보니 정말 상상도 못 할 장관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지를 가른 굴포스의 모습이 완전하게 다 보이는 순간. 저~~~ 멀리서부터 거대한 강줄기가 평화롭게 흐르다가 어느새 계단 같은 곳을 다닥다닥 철퍼덕 흐르다가 곧바로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면서 아래로 똑 떨어진다.



뭐.. 묘사가 적절한진 모르겠지만 점처럼 박혀있는 사람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새삼. 장엄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거지. 반대편을 바라다본다. 


협곡은 끝없이 이어지고 그 협곡 사이를 굴포스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다시 강물이 되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롭게 흐르고 있다. 문득..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싶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사람은 보이지도 않으니.


굴포스의 위쪽 산책길을 걷는데 별다른 보호장치가 없어 자칫 잘못하면 황천길 논스톱 익스프레스를 탑승할 수도 있다. 굴포스와 내가 하나 되어 협곡 사이를 스펙터클하게 누비기 싫으면 조심해서 걷자..



산책길의 끝에서 굴포스를 바라본 모습. 물보라가 제법 높이 치솟는다. 잘 보면 12시 방향에 협곡 사이 다시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이 보인다.. 그리고 밑에 보이는 산책로는 물보라 때문에 흥건하게 젖어있다.



굴포스 위쪽 산책로는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다. 바로 아래에 펼쳐지는 일과 무관하다는 듯.. 아이슬란드 여행이 다 이렇다. 왼쪽과 오른쪽이 전혀 다르고 위와 아래가 전혀 다르다.


난생처음 마주하는 거대한 폭포 앞에서.. 인간은 정말 보잘것없는 존재가 된다. 항상 겸손하자는 생각을 마음에 품게 된다. 


아이슬란드 도착 첫날 골든 서클을 돌며  아이슬란드에 대한 웜업을 끝낸 나는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아이슬란드의 속살을 파헤치고 다닌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시기 전에 좋아요와 댓글 부탁드려요 :D


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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