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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06. 2019

폭포의 정석

아이슬란드 스코가포스

수학의 정석


한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수학책, 수학의 정석. 우리가 흔히 '정석'이네 라고 하는 말이 폭포에도 적용이 된다면 아이슬란드의 수많은 폭포 중에는 바로 스코가포스가 해당되지 않을까
 


셀랴란드스포스에서 물벼락과 함께 폭포 뒷부분을 걷는 독특한 경험을 하고 난 뒤 스코가포스로 향했다. 링로드를 따라 운전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차를 멈출 수밖에 없는 풍경이 종종 보인다. 스코가포스로 가는 길엔

엄청난 양의 루핀이 들판에 흐드러지듯 펼쳐져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한 두 개만 피어있으면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무더기로 피어있으면 실제 눈으로 봤을 때 정말 장관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잡아먹었던 건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예쁜 풍경들이었다.


분명 나는 A에서 B로 가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C라는 풍경이 보여서 세우고 D라는 풍경이 보여서 세우고

E, F, G, H, I, J, K 줄줄이 나온다. 나중엔 하도 자주 세워서  앞으로 딱 두 번만, 혹은 세 번만 세우고 가자 라고 정 해놔야 할 정도



아이슬란드는 링로드를 따라 여행하다 보면 이름난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사람 발길을 잡아 끄는 풍경이 정말 많다. 직전 여행지였던 셀라 란드 스포츠에서 스코가포스까지는 대략 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한국이나 여타 다른 나라에서 한 시간 반을 운전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운전은 행복 그 자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들이 정말 아름답기에 물론 시선 잘못 팔면 황천길로 갈 수 있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운전하여 도착한 스코가포스는



이..이건 뭐야;;


육성으로 튀어나온 반응은 이랬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서는 겨울에 갔기 때문에 이런 풍경이 아니었는데 늦봄~초여름에 가니 이른 푸릇푸릇한 풍경이 펼쳐진다.  저기 저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물줄기!


스코가포스, 높이는 대략 60여 미터, 폭이 25미터라고 한다. 셀랴란드 스포츠처럼 작은 물줄기가 주변에 있는 게 아니라 그냥 25미터 폭이 통으로 내려온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물보라가 다 튈 정도로 수량이 엄청나다.


폭포의 오른쪽으로는 폭포 전망대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대략 15~20분 정도 걸으면 된다. 근데 경사가 꽤 있어서 힘들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꼭 폭포 전망대를 갈 것을 추천!!



모험을 좋아하는 나도.. 카메라를 들고 있긴 했지만 폭포에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는 게 힘들었다. 물보라가 정말 엄청나게 튀었기 때문(이라기 보단 내 카메라는 소중해) 방수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는데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할 정도였다. 그만큼 폭포는 정말 거대함 그 자체였다. 


아이슬란드에서 폭포를 정말 많이 봤는데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스코가포스일 것이다. 정말 멋들어지게, 단아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수직으로 떨어진다. 정직하고 정석적인 폭포라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의 정방폭포가 이와 비슷한 모양새인데..



음... 이상하다. 내 기억 속의 정방폭포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이리 물줄기가 매가리가 없냐!!! 힘내라 한국 폭포!!! ㅠ_ㅠ



이번엔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폭포 전망대까지 올라가 본다. 올라가는 길이 꽤나 경사져서 과정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난 살고 싶어) 폭포 전망대에 오르면 폭포수가 절벽에서 낙하하는 순간을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발 밑이 훵~하게 뚫린 비인도적인 바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바로 이런 것?!! 과과과과과과.. 엄청난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폭포와 그 주변으로 흩날리는 물보라,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쌍무지개!!!! 사진 왼쪽 아래에 있는 사람과 비교해보면 폭포의 규모나 높이가 가늠된다. 셀랴란드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아래로 떨어진 폭포수는 물줄기가 되어 어디론가 흘러간다 유유히...



폭포 너머로는 끝없이 산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멀리 주차장이 보이고 폭포수로 이루어진 물줄기가 굽이쳐 어디론가 흘러가는 게 보이고.. 끝없이 펼쳐진 평야도 보인다. 망중한이 되어 그냥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세상 근심 따위.. 무슨 상관이랴..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딱 여기까지 보고 내려가면 되는데 사실 스코가포스에는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전망대를 지나 뒤로 조금 더 걷다 보면 또 하나의 진풍경이 있다. 



전망대 뒤쪽으로 걷는 중. 조금 더 오르막에서 폭포를 본다. 평온하게 흘러가던 물줄기가 절벽에서 낙하하는 모습. 사실 이렇게 보면 물이 많아 보이진 않는데.. 저 강? 이 그대로 떨어지니 엄청난 수량이다.



대충 아무 곳이나 대고 찍어도 멋진 그림이 되는 아이슬란드. 산과 평야와 강과 폭포의 조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전망대 뒤쪽으로 한 10분 정도 걸어본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 낚인 건가


그냥 평지와 돌들만 보일 뿐인데 그 멋지다는 풍경은 언제 나오는 거지?라고 생각할 때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더니 또 하나의 작은 2단 폭포가 눈앞에 드러난다. 이야.. 이게 사진으로 봐서 겨우? 이 정도인데 실제로 보면 정말 멋지다. 사람이 사진에 나오지 않아 크기가 제대로 감이 안 올 수도 있겠다.


스코가포스 폭포만큼이나 바라보는 게 좋았던 곳이다. 트래킹 코스는 강물을 따라 저 뒤쪽 어딘가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몇 달을 했다면 나도 따라가 봤을 텐데 나는 겨우 10일짜리 여행자에 불과할 뿐.. 어쩔 수 없이 이쯤 해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시간이 많은 여행자들은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도대체 어디서 온 물일까..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시간이 정말 많다면..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원초적으로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쁜와중에도 잠시 돌에 걸터앉아 흐르는 강물을 그냥 바라보았다. 10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중간중간 시간을 내어 갖는 휴식은 정말 꿀맛 같았다. 여행 일정과 시간에 쫓기는 순간 그것은 여행이 아닌 고행이 된다고 생각.


폭포 전망대와 그 너머 트래킹길을 살짝 즐기고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계단 경사가 꽤나 가파르다. 조심해서 오르고 내려야 한다.



폭포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 중간에는 보일 듯 말듯한 샛길이 있다. 이게 사람이 갈 수 있는 길 맞나? 싶지만 용기를 내어 가보면 절경을 보여준다. 이 길은 폭포의 중간 지점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난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서 상당히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풍경을 보여주는데 안 갈 수 있을까? 땅에서보다 전망대에서보다 훨씬 더 잘 보인다. 게다가 무지개는 완전 선명 그 자체. 하지만 이 곳.. 아까도 말했지만 길은 굉장히 폭이 좁은데 난간이 없어서 잘못하면 그냥 앞이나 뒤로 굴러 떨어진다. (황천길 익스프레스) 그래서 사람과 사람끼리 마주쳐 지나갈 때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스코가포스에서도 또 느낀건데, 아이슬란드는 자연을 보(게하)는 관점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닌 자연에 대한 배려가 더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면 여기저기 안전 난간이나 편한 계단 등을 자연이 아파하거나 훼손되는걸 감수하면서 까지 만들었을텐데 그런게 거의 없다. 


인공적인 설치물?은 최소화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최대한 보여주려 한다. '사람이 자연에 맞춰야지 자연이 사람에 맞추나'랄까


아이슬란드의 모든 폭포 중 제일 모범생 같은  스코가포스는 아이슬란드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폭포가 되었다. 이제 다음 행선지인 레이니스 파라로...(앞으로 닥칠 일은 아무것도 모른 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시기 전에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 :D


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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