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레이니스피아라
스코가포스 다음 행선지는 원래 디르홀레이였다. 이곳은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있으며 레이니스피아라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스코가포스에서 숙소가 있는 비크마을에 가기 전 들르면 딱인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따단~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어있었다. 이게 사실 약간 위험했던 게.. 디르홀레이 가는 길은 경사진 비포장 도로를 올라가야 하는데 안개가 짙게 끼는 바람에 속도도 제대로 못 내고 창문 다 열고 느릿느릿 올라가야 했다. 게다가 도로 폭도 좁아서 맞은편에서 차가 내려오기라도 하면..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디르홀레이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허.. 이건 뭐 분위기인가!! 멋지게 펼쳐져야 할 풍경들이 안개에 가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 여기를 비집고 들어가면 등대도 보이고 레니이스피아라와 레이니스드란가르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이건 뭐 더 이상 앞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용기를 내어 절벽 쪽으로 몇 발자국 걸었는데 뭐 아무것도 안보였다. 하는 수없이 이대로 레이니스피아라로 가야만 했다.
레이니스피아라로 가는 길에 멋진 뷰포인트에 잠시 들러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지난번 글에도 등장했던 곳인데
워낙 경치가 좋고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테이블도 몇 개 있어서 여기서 도시락 먹기 딱 좋다. 한국에서 가져온 스타벅스 보온병과 컵라면, 숙소에 있던 믹스 커피를 가져오니 완벽한 피크닉 세트가 완성! (하지만 사진 속 내 모습은 지지리 궁상같..)
한국에서 아이슬란드 짐을 쌀 때 컵라면을 넉넉히 준비하지 못했다. 대략 4~5개 정도 구비했는데 결과적으로... 한 10개는 족히 싸왔어야 했다. 살인적인 아이슬란드 물가와 곳곳에 있는 이런 피크닉 장소?를 생각했을 때.. 간단히 끼니를 때울 무언가가 더 필요했었다.
아무튼 한국에서 가져온 저 스타벅스 보온병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숙소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나도 계속 물이 뜨끈해서 좋았다. 성능 좋은 보온병도 필수
안개로 꽉 막힌 디르홀레이를 뒤로하고 레이니스피아라로 향했다. 맞대고 있는 거리는 정말 짧은데 빙~~ 돌아가는 거리는 차로 23분이나 걸린다.
레이니스 피아라 주차장. 국산 자동차가 꽤 많이 주차되어있다. 아이슬란드 다니면서 느낀 건데 한국차, 정확히는 현대기아 자동차가 꽤나 많이 돌아다닌다. 렌터카로도 많이 돌아다니지만 현지인들도 많이 타고 다니는 듯
주차장 뒤편으로는 거대한 산이 병풍처럼 서있다. 그리고 거대한 투어버스들도 여러 대 서있다. 레이니스피아라는 비크 주변에서 필수로 가야 할 방문지라서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해변은 검은 모래로 되어있는데 제주 어딘가의 해변이랑 뭔가 비슷한 분위기다 두 섬 모두 화산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 여러 부분이 닮아있다. 제주도를 여행하면 아이슬란드가 생각나고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다 보면 제주도가 생각난다. 너무 억지가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태생이 비슷하니 형제나 자매가 닮은 것과 유사하겠지
저 멀리 절벽 끝에 주상절리도 보인다. 저것도 제주도랑 유사하다. 못 믿겠다고? 왼쪽 사진은 아이슬란드의 주상절리고, 오른쪽 사진은 제주도의 (갯깍) 주상절리대다. 해변 풍경도 그렇고, 절벽 끝에 생성된 것도 그렇고 정말 닮았다.
물론 규모는 아이슬란드 주상절리대가 더 큰 것 같다. 뭔가 계단식으로 높낮이가 서로 다른 것도 독특하다. 덕분에 주상절리대에 걸터앉을 수도 있다.
해변 안쪽으로 들어가면 동굴이 나타난다. Halsanefshellir 동굴이라고 한다.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마저도 제주랑 비슷하다! 맨 밑에 있는 사진은 제주도 주상절리대 동굴인데 정말 비슷하다. 화산지형은 다 비슷비슷 한 건가
동굴 오른편으로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사진 중앙에 뭔가 희뿌연 것이 보이는데 이게 바로 레이니스드란가르(Reynisdrangar)로 불리는 바위들이다.
바로 저렇게 생긴 바위다. 이 사진은 이 날 밤에 다시 디르홀레이를 찾아가서 찍은 사진인데 레이니스피아라와 디르홀레이 방향에서도 볼 수 있고 비크 마을에 있는 바다에서도 볼 수 있다.
해안가가 검고 둥근 자갈로 이루어져있는데 이것도 제주도랑 유사하다. 모래사장은 굉장히 광활했고 바람은 거세게 불었으며 덕분에 파도는 굉장히 성 이난 상태였다.
하지만 바다를 등진 산은 무슨 일이 있냐는 듯 평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또 다른 독특한 지형을 볼 수 있었던 레이니스피아라. 레이캬비크에서 비크로 가는 길에 꼭 한 번 들러야 하는 필수 여행지가 아닐까?
다음 행선지는 2박을 머문 곳, 아름답고 조용한 vik마을을 둘러볼 예정! 여태껏 머문 유럽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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